[네이티브 잉글리시] 영어의 뿌리 간직한 캐럴

2025-12-26

영어는 매우 오래된 언어다. 대략 서기 400년 무렵 하나의 언어 형태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그 뿌리를 더 추적하면 기원전 4000년까지 올라간다. 영어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서기 400~1100년 고대 영어(Old English), 1100~1500년 중세 영어(Middle English), 그리고 이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 영어(Modern English)다.

이 시기 많은 단어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대부분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하지만 전통이 깊게 자리 잡은 시기, 특히 영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오래된 단어들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놀랍게도 그 상당수는 한국의 카페나 상점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 살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크리스마스 시즌’ 또는 ‘크리스마스 무렵’을 뜻하는 명사인 ‘yuletide’를 들 수 있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제외하면 사실상 쓰일 일이 없는 단어다. 일상에서 ‘yuletide holiday’나 ‘yuletide schedule’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단어는 기독교 이전의 겨울 축제를 가리키던 고대 영어 ‘geol’에서 유래했으며, 수 세기 전 이미 일상 언어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냇 킹 콜의 ‘The Christmas Song’과 같은 노래 속에서는 여전히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merry’는 지금도 쓰이긴 하지만, 그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중세 영어에서는 단순히 기분이 좋은 상태를 넘어,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활기찬 기쁨, 때로는 절제되지 않은 듯 보이는 즐거움을 뜻했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공손하고 절제된 행복보다는 ‘넘치는 기쁨’에 가까운 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어의 의미는 점차 약해졌고, 지금은 다소 온화하고 예스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엔 옛 감정의 무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람들이 “Merry Christmas”라고 말할 때, 다른 맥락에서는 거의 사라진 의미의 ‘merry’를 무의식적으로 되살리고 있는 셈이다.

‘tidings’도 굉장히 오래된 단어다. 고대 영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중세 영어 시기에는 ‘소식’이나 ‘뉴스’를 뜻하는 평범한 단어로 널리 쓰였다. 초기 현대 영어까지도 일상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지난 몇 세기 동안 점차 구식 표현이 되었다. 현대 영어는 더 빠르고 기능적인 단어들로 이를 대체했다. 그럼에도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같은 캐럴에서는 여전히 ‘tidings’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영어가 지나온 긴 역사 속에서 사라졌거나 변형된 단어들을 잠시 현재로 불러오는 독특한 언어적 공간이기도 하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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