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툴더라도 새 얼굴의 힘을 믿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은 연출을 맡은 정익승 PD와 박성훈 CP를 만나 기획 배경과 심사 구조, 차별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우리들의 발라드’는 음악 전문가부터 일반 남녀노소까지 150명이 참여한 ‘탑백귀 대표단’의 집단 지성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찾는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을 주도한 SBS ‘K팝스타’를 6시즌이나 연출한 정익승 PD와 박성훈 CP는 숱하게 쏟아진 오디션 속에서 새로움을 모색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우리들의 발라드’에서 ‘새 얼굴’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트로트 등 다른 장르 오디션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사연자와 평가자 모두에게 얽힌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정통 오디션은 평가자와 참가자의 구분이 뚜렷했지만, 저희는 그 방식을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발라드’는 개인의 추억과 연결되고, 부르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확한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기보다, 노래를 들으며 무엇을 느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평가했습니다. 전현무, 박경림, 차태현 등 비전문가까지 포함해 총 9명의 ‘탑백귀’를 모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익승 PD)
그러면 평가가 주관적일수밖에 없지 않은가.
맞습니다. 그게 저희 프로그램의 핵심입니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정반대의 길을 가고 싶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는 심사위원이 없어요. ‘탑백귀’만 있을 뿐이죠. 신청을 받아서 141명의 일반 ‘탑백귀’가 선정됐고, 나머지 9명은 연예인 ‘탑백귀’로 구성됐습니다. 흥미로운 게 연예인이라고 평가에 가산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굉장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죠. 심지어 뒤에 계신 탑백귀의 평가에 불만을 품어 항의하시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박성훈 CP)

평가자가 150명이면 너무 많지 않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무대가 열리면 평가가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과거 오디션은 발성·편곡 같은 특정 지점만을 짚곤 했습니다. 반면 지금은 같은 노래를 들어도 각자 전혀 다른 풍경을 이야기합니다. 추성훈 씨나 차태현 씨처럼 음악에 얽힌 개인의 추억을 꺼내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흩어진 이야기를 모아놓으면 결국 하나의 사람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게 된다는 점이, 제게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익승 PD)
왜 하필 발라드인가.
발라드를 알리자는 게 출발점은 아니었습니다.모두가 ‘도파민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더 강한 자극을 가져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트로트가 최근 몇 년간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발라드가 피로감 없이 공기처럼 곁에 머무는 음악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무대를 보며 ‘아, 저런 노래가 내 곁에도 있었지’ 하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익승 PD)
발라드가 좀 뻔할 수도 있지 않나.
참가자들이 특정 가수 노래만 몰아서 부를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두 이문세 씨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하나 싶었죠.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발라드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카더가든, 크러쉬 같은 가수들도 발라드 차트 1위를 했잖아요. 그래서 모집 공고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밝혔고, 지원자들도 그 취지를 이해하고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선곡이 거의 겹치지 않았고,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이 모였습니다. 랩을 했다고 떨어뜨리지는 않았습니다. (정익승 PD)

보상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오디션의 의미는 단순히 1등을 뽑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1등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죠. 이번 프로그램은 SM C&C와 SM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발라드 시장을 키우고자 하는 회사의 계획,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의 진정성이 맞물리면서 큰 스타를 만들어보자는 의기투합이 있었습니다. 우승자는 물론 일정 단계 이상 진출한 참가자 전원이 SM과 계약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톱10을 기준으로 보고 있지만, 톱8 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익승 PD)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는 어떻게 충족시킬 예정인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무뎌진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지금은 ‘이 참가자가 대한민국 가요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다’라는 거대한 서사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며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온도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숙제이고, 이번에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성훈 CP)
한편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는 매주 화요일 오후 9시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