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수장들, 디트로이트쇼 제쳐두고 CES로 몰려간다

2024-12-23

117년 전통의 자동차 박람회인 ‘디트로이트 오토쇼’가 내년 1월 10일 개막을 앞두고 세부 행사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34개의 오토쇼 참가 브랜드를 최종 발표한 데 이어, 23일엔 현장에 전시될 클래식카 사진·동영상 일부를 공개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디트로이트는 포드와 제네럴모터스(GM)가 사업을 시작한 도시라는 상징성 덕에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 자동차·모빌리티 업계의 리더들은 오토쇼 기간동안 디트로이트가 아닌 라스베이거스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달 7~10일 열리는 세계 가전·IT박람회 ‘CES 2025’에서 혁신기술 기반의 미래 구상을 밝히기 위해서다.

세계 판매 1위 토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CES 개막 전날인 6일 현장에서 ‘우븐 시티’(Woven City)에 대한 기자 설명회를 연다. 토요타가 추진하는 우븐 시티는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AI) 모빌리티로 연결된 미래형 도시다.

토요타·볼보·웨이모 CEO 라스베이거스로

볼보그룹의 마틴 룬드스테드 최고경영자(CEO)도 CES를 찾아 ‘화석 연료로부터 100% 자유롭고, 100% 더 효율적인 운송 수단과 기반시설’이라는 주제로 연설 한다. 볼보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탄소 배출량 감소·제거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 중간 단계로 2030년엔 차량 한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75% 줄인다는 목표다.

반면, 디트로이트쇼의 ‘모빌리티 글로벌 포럼’에 연사로 서는 완성차 업계 CEO는 현재까지는 없다. 대신 토요타의 북미지역 연구개발(R&D) 담당 부사장이 발표 무대에 오른다. 도요다 회장이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의 디트로이트에도 방문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볼보는 이번 디트로이트 쇼에 아예 참가하지 않는다.

미래 모빌리티 업체들도 디트로이트쇼 대신 CES를 택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공동 CEO인 테케트라 마와카나는 CES에서 기조연설에 나선다. 현대차는 CES에서 전시관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참관단을 꾸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만 해도 디트로이트쇼는 30종의 신차가 공개될 정도로 완성차 업체들이 품질·디자인 경쟁을 벌이던 무대였다. 하지만 이번 디트로이트쇼엔 제네시스·렉서스 등 종전에 참가했던 브랜드 상당수가 빠졌다. 현대차도 공식 참가가 아닌 ,현지 위탁 판매회사의 참가 브랜드로 등록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뉴욕(3월) 및 로스앤젤레스(11월) 오토쇼에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 3개 브랜드가 모두 참가했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디트로이트는 전통의 자동차 도시이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 접근성은 떨어진다는 점이 반영된 결정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선 미국 전기차 ‘리비안’이 디트로이트쇼에 참가해 그나마 체면은 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테슬라 등 다른 전기차 브랜드는 참가하지 않는다. 미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한때 선도적 이벤트였던 디트로이트쇼는 지난 15년간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간 소통 방식 변화의 흐름을 놓치며 경쟁력을 잃어왔다”며 “오토쇼가 기술적 기교(gimmicks) 경쟁에 치우치면서 자동차 마케팅의 가치를 스스로 멀리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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