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이 쉬워서 지난해보다 표준점수가 낮아지고 상위권 변별이 힘들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부모님도 고민이 많아지셔서 오늘 함께 왔습니다.”
15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 컨벤션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대입 설명회에서 만난 고3 신모(18)군의 말이다. 연세대 화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군은 “미적분, 과학탐구에서도 몇몇 문제만 어려웠던 걸 고려하면 이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걱정하며 자료집을 훑었다.
쉬워진 수능에 올해 대입 전략이 걱정된 건 신군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설명회에 온 수험생과 학부모는 3000석 규모의 강당을 가득 채웠다. 주최 측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뒤에 서 있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여분 의자까지 꺼냈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온라인 생중계는 약 1만 명이 신청했다.
쉬운 수능에 전략 고민 빠진 수험생들
2025학년도 수능이 지난해보다 평이해 최상위권 변별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입 눈치작전’이 본격화했다. 이날 종로학원이 예상한 의대 합격선(원점수 기준)은 서울권과 수도권 각 285점, 지방권이 276점이다. 지난해보다 2~3점씩 올랐다. 서울대 경영(285점)과 연세대·고려대 경영(각 279점) 예상 합격선도 작년보다 각 1~2점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수학 모두 전년 수능보다 쉽게 출제되며 인문, 자연계열 모두 원점수 합격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표준점수는 사실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상위권 변별이 지난해보다 힘들 수 있다”고 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원점수가 전체 수험생 평균에서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내려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진다.
지난해보다 쉬워진 수능 때문에 대입 전략을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날 수험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르비 등 대입 커뮤니티에선 생각보다 잘 나온 성적 때문에 ‘수시 납치’를 걱정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언어 XX점, 수학 XX점, 영어 1등급인데 한양대, 외대는 납치되느냐”고 묻는 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수시모집은 합격하면 정시모집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수능 점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수시에 합격하는 경우를 납치라고 표현한다.
일산의 한 재수학원 강사는 “가채점 상담 중인데 수시 논술 원서를 써놓고 실제 시험에 갈지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며 “한 재수생은 수시모집에서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서를 썼는데 수능이 5개밖에 안 틀려서 아예 면접을 보러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학, 탐구영역이 합격 당락 가를듯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에서는 합격 당락을 가르는 과목이 수학 영역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과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인 ‘미적분’이 비교적 어렵게 출제돼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EBSi가 예측한 1등급 커트라인(원점수 기준)을 보면 확률과 통계 92점, 기하 88점, 미적분은 85점으로 가장 낮다. 입시업계가 예상한 표준점수 최고점은 143∼145점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택 과목 중 가장 높게 예상됐다.
예상보다 어려웠던 사회·과학 탐구 영역도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김원중 대성학원은 사회·과학 탐구과목 총 18개 중 9개가 지난해보다 어렵고, 7개는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 메가스터디는 사회탐구에 관해 “지난해 수능에서 만점이 1등급인 과목이 4개 있었다. 올해는 그런 과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은 만점자가 1명뿐이었는데, 올해는 10명도 가능해 보이는 수준”이라며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기 때문에 상위권, 특히 서울권 의대 합격은 과학탐구 점수가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별로 탐구 가산점, 변환점에 따라 유불리 셈법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