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대미 무역 적자, 교역국 중 최다…농민단체, 수입 확대 우려에 3차 트랙터 상경 투쟁 예고

2025-05-04

지난해 한국의 농축산물 분야에서 무역적자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도 전년보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한·미 통상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되면 올해 적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민단체는 쌀 수입 중단과 농민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트랙터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농축산물(임산물·가공식품 포함) 무역수지 적자(330억2800만달러) 중 대미 적자는 80억700만달러로 전체의 24.2%를 차지했다. 무역적자 규모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포함한 전체 교역국 중에서 가장 크다. 미국산 수입액은 95억9000만달러, 국내산 대미 수출액은 15억9000만달러다.

농축산물 대미 적자 폭은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옥수수, 돼지고기, 밀, 대두 등의 올해 1분기 수입액은 27억2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억900만달러) 대비 8.5% 증가했다. 담배, 라면, 기타 음료, 기타 베이커리제품, 배 등 중심으로 한 국내산 수출액은 4억3850만달러로, 1년 전(3억5100만달러) 대비 24.9% 증가했다. 수입 증가율보다 수출 증가율이 훨씬 컸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는 교역국 중 가장 큰 22억8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무역 적자액은 지난해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은 2012년 3월 미국과의 FTA 체결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미 FTA 농업 부문 관세 철폐율은 97.9%로, 사실상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개방돼 개방 수준이 가장 높은 FTA로 평가받는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수입 개방 압박이 높아지는 미국산 쌀과 소고기의 국내 수입이 확대되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한 쌀의 경우 한국은 매년 저율관세할당(TRQ) 물량(5% 관세)으로 미국산 쌀 13만2304t을 들여오고 있다. 이는 연간 전체 쌀 수입 물량 40만8700t의 32.4%에 해당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대표적 비관세 장벽으로 꼽은 소고기 역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절반 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산 소고기 전체 수입량 44만2000t 중 미국산(30개월 미만)은 21만5000t(48.6%)이다. 축산업계는 현재 2.6%인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가 내년 0%가 되는 상황에서 30개월령 이상마저 수입되면 국내 한우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8개 농민단체 연대체인 농민의길은 외국산 쌀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수입 금지, 생존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12·3 계엄 이후 세 번째 트랙터 상경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오는 6일 전남 무안을 출발해 전북 정읍·충남 천안·경기 수원을 거쳐 10일 서울 광화문에 집결하는 일정으로, 상경 집회에는 트랙터 30대와 농민 2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쌀과 소고기는 농업과 농촌을 지탱하는 상징적 품목”이라며 “우리 정부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농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이면합의 가능성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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