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작년 총선 승리로 14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규모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3790명의 임원 이상 기업 고위직이 영국을 떠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2712명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FT는 "노동당 정부가 해외 거주자(Non-dom)에 대한 비과세 제도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인상, 사모펀드 사장에 대한 세금 인상, 기업에 대한 상속세 감면 제한 등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외 거주자의 경우 올해 4월 비과세 제도가 폐지되자 월별 최고인 691명이 해외로 떠났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79%, 2023년보다 104% 늘어난 것이었다.
영국을 떠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 곳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독일, 스페인 등이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개인 소득세나 자본이득세가 없어 세계 부자들의 안식처가 되었다고 FT는 분석했다.
해외로 떠난 사람 중에는 시장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의 창립자 마크 메이크피스, 레킷벤키저의 전 사장 바트 베히트, AC 밀란의 투자자이자 마이애미 축구 클럽의 구단주 리카르도 실바 등이 포함됐다. 유명 권투 프로모터인 에디 헌과 영국 최대 사기업인 이노오스의 재무이사인 존 리스는 모나코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난 한 투자회사 임원은 "영국은 세금 부담이 너무 심하다"며 "이곳에 머물기에는 너무 불확실하고 위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로 떠난 한 영국 사모펀드 대표는 "영국은 이제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에게 덜 환영받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영국 아니어도 갈 수 있는 곳은 많고, 심지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FT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해외 거주자에 대한 과세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정책을 완전히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며 "정부는 '어깨가 가장 넓은' 납세자들에게 세금 부과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