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 새 기술 개발 성과
항산화 유산균으로 뇌 건강 케어
비피더스 접목해 피부 염증 개선
맛·영양에 생애주기별 맞춤케어
블루베리 등 지역 농특산물 활용
“어렸을 적에는 하루에 ‘이거’ 1ℓ씩 마셨어요. 그래서 키가 컸나 봐요.”
“늙으면 골다공증을 예방해야 해서 ‘이거’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해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와 전 생애를 함께하는 식품. 바로 ‘유제품’이다. 아기 때는 분유를, 성장기에는 우유를 먹고 성장하며, 성인이 돼서는 치즈의 깊은 풍미를 즐기고, 노년에는 뼈 건강을 위해 다양한 유제품을 섭취한다.
이제는 맛과 영양에 더해 ‘생애주기 맞춤 기능’까지 갖춘 ‘완전식품’으로 유제품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아기를 위한 ‘알레르기 저감 분유’, 치매 등 뇌 건강을 걱정하는 고령자를 위한 ‘알츠하이머 예방 유산균’ 등이 대표적이다.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생애주기에 따라 발생하는 질병을 완화 및 치유해 국민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러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성과는 제품에 접목돼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 유제품 수출량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츠하이머 예방 ‘항산화 유산균’ 치즈
1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립축산과학원은 ‘소비자 맞춤형 국산 유제품’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생애주기에 맞춘 다양한 기능성 유제품 연관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중 하나가 알츠하이머 예방에 효과적인 ‘항산화 유산균’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은 항산화 기능이 우수한 ‘Lacticaseibacillus casei 92338’과 이를 첨가한 발효유 및 치즈를 개발한 뒤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삽입된 형질전환 마우스 모델에 3개월간 급여해 그 효과를 검증했다. 이 실험에서 항산화 유산균을 단독 급여한 경우 뇌 내 베타아밀로이드 플라그가 최대 41.7% 감소했으며, 발효유와 치즈도 각각 31.9%와 36.2%의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초고령사회(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하며 치매인구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치매 환자 수는 97만명(치매 유병률 9.17%)으로 2026년 치매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고, 2044년이면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개발을 통해 고령자들은 간편하게 해당 유산균이 첨가된 약품 및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 알츠하이머 예방이 가능해진 셈이다. 지난해에는 민간으로 기술이전까지 돼 항산화 유산균을 활용한 다양한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토피 유아 위한 ‘비피더스 분유’
아토피피부염 등 각종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영유아를 위한 기술도 개발됐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2022년 기준 100만명에 육박했다. 이 중 9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28%(27만1613명)로 가장 많다. 이는 단순한 피부 질환을 넘어 삶의 질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심할 경우 수면 장애, 학습 저하, 심리적 위축 등 복합적인 2차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국내 신생아 장내에서 분리한 비피더스균이 알레르기 반응을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 이를 유제품에 접목시켰고 피부 염증 완화 효과를 확인했다. 해당 기술은 롯데웰푸드에 기술이전돼 제왕절개 출생 유아의 건강증진 제품(분유, 조제식, 유산균 등)에 적용 중이다. 해당 제품들은 2020년 4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21년 71억3000만원, 2022년 143억원의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 균주의 포스트바이오틱 효과에 대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정부의 R&D를 통해 만들어진 한국의 고품질·고기능 유제품은 세계에서도 각광받는 추세다. 2017년 5월 기준 1290만1000달러에 불과하던 유제품 수출액은 증가세를 이어가 2022년 5월 2000만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5월에는 2599만6000달러로 8년 전 수출액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 비피더스균을 활용한 유아 제품은 그 진가를 인정받아 현재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까지 진출한 상태다.

◆‘블루베리 치즈’ 등 지역 농특산물도 활용
정부의 유제품 관련 R&D는 기능성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역 연계 농특산물 활용 치즈’다. 감초, 블루베리 등 지역 농특산물을 치즈에 접목해 농가의 수익성과 제품의 기능성을 동시에 향상해 농촌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러한 치즈 제조 기술이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제품으로도 확산이 가능하며 국내산 원유의 활용 폭을 넓히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치즈 생산비 절감을 위한 수분은 배출하고 산소는 차단하는 ‘기능성 포장필름’도 개발 중이다. 일반적인 치즈 숙성은 파라핀 등으로 표면을 코팅한 뒤 고습 환경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발생하는 표면 세척 노동력과 가습 에너지 비용은 생산자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능성 포장필름 사용 시 치즈가 건조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분배출을 통해 숙성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생산비 절감이 가능하다. 현재 4개 목장형유가공 농가에서 현장실증을 진행 중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소비자 맞춤형 국산 유제품’은 국민 건강을 위한 기능성과 과학 기반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유가공 산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앞으로도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산 원유의 가치를 높이며, 농촌 경제를 살리는 미래형 유제품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연구기관, 산업체, 농가 간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 소비자와의 소통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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