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끄덥고 마른 바람 탓에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당분간 건조한 대기에 강한 바람이 지속할 예정이어서 산불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23일 오전 9시 대구(군위 제외)와 경북 경산·영덕·울진 평지·포항·경주에 건조경보를 발령했다. 강원 태백과 충북 영동, 경북 구미, 경남 양산, 제주 동부, 대구 군위, 울릉도·독도에는 건조주의보를 내렸다. 앞서 강원과 경남, 울산 등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것을 고려하면 경북 전역과 영남 대부분, 강원 동해안·산지 일부, 제주도가 건조한 대기에 갇힌 상태다.
건조경보와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각각 25%, 35% 이하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발효된다. 실효습도는 건조한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수일 전부터 현재까지의 습도를 가중하여 산출한 지수다.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기상청은 “건조경보와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지역은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대기가 차차 건조해지겠다”며 “당분간 건조한 서풍이 유입돼 건조 특보가 확대·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해 잇따른 산불은 건조한 날씨 탓이 크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3월 21일까지 177건의 산불이 발생해 임야 등 162.25㏊를 태웠다. 주말 사이 발생한 산불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조한 대기에 강한 바람이 더해지면서 산불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24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시속 55k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꼽히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은 기후 변화로 인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사망자 29명, 건물 1만6254여채의 피해를 낸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카운티 화재도 강풍과 건조한 기후, 낮은 강수량이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지난 2월 발생한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산불 역시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30년 만에 일본 최대 피해를 냈다. 대형 화재를 부른 일본의 건조한 바람은 일본 동쪽 바다의 해수 온도가 평년대비 3도 가량 오르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건조 일수는 증가한 반면 낙엽 수분 함량은 감소했다”며 “기후변화 현상이 산불 발화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