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산불 나흘째 공중 진화 악전고투.주력 헬기 28% 가동 불가

2025-03-25

[전남인터넷신문] 영남권을 덮친 대형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으나 산불 진화의 주력인 헬기가 충분히 가동되지 못해 공중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진화의 주력인 KA-32 카모프(3천L급) 기종의 대형 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에 어려워 1/3가량이 멈춰선 상태다.

가뜩이나 산불 초기 초속 15m 달하는 강풍으로 초동 진화에 실패한 데 이어 100㎞ 달하는 화선에서 뿜어지는 연무로 진화율은 더딜 뿐만 아니라 헬기 조종사 등 진화인력의 피로도마저 가중돼 공중진화 전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 '러·우 전쟁' 주력 진화 헬기 29대 중 8대 가동 불가…28% 전력 손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다.

이 중 산불 진화 주력 기종인 KA-32 헬기는 29대지만 28%인 8대는 러·우 전쟁으로 부품을 교체하지 못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실상 멈춰 서 진화 전력에서 제외됐다.

사실상의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전력은 42대인 셈인데 이마저도 7대는 전국 각지 산불 취약지역에 전진 배치돼 이동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남 의성·산청, 울주 등 대형 산불 현장에는 현재 33대가 투입돼 진화 중이다. 하지만 산불이 나흘째로 이어지면서 일시 정비 등으로 이날 하루에만 9대가 전력에서 제외됐다.

전국의 임차 헬기도 대형산불 지역에 투입돼 진화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언제 공중 진화 전력에서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국 각 지자체가 봄철 산불 조심 기간 운영 중인 임차 헬기는 총 78대다. 이 중 43%인 34대가 영남지역 대형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국가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지원된 공중 진화 전력이다.

문제는 임차헬기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 데다 산불이 더 장기화해 해당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복귀할 수밖에 없어 우려를 더 하고 있다.

영남 대형 산불이 임차헬기를 지원한 지자체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자체 역시 해당 지역에 산불이라도 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산림청 헬기가 경남과 경북, 울진 등에 동원되다 보니 지난 23일 발생한 2건의 산불은 3대의 임차 헬기를 이용해 진화했다.

지난 22일에도 무주와 인접한 충북 옥천에서 난 산불에 전북도 임차 헬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영남 산불 초동진화 실패…연무와 화선 확대로 '악전고투'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은 첫 신고부터 현장 도착 후 물 투하까지 '임차 헬기 30분, 산림청 헬기 50분'이다

그만큼 산불 현장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지자체 소속 임차 헬기와 추가 투입되는 산림청 헬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영남 대형산불은 발생 초기 초속 15m의 강풍으로 헬기 투입이 지체됐다.

3건의 3단계 대형산불과 2단계 산불 1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초기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가용한 헬기 자원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다 보니 집중적인 공중 살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산불 장기화로 연기가 다량 발생하면서 가용한 헬기마저도 시계 불량으로 뜨지 못하는 악전고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3일 오전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 헬기들은 산불 지역에 연무가 짙어 진화에 나서지 못했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경북 의성 산불의 경우 전체 화선이 228㎞이고 남은 화선은 102.8㎞로 화선이 진화율이 더딜 수밖에 없다.

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박사는 "산불 장기화로 화선마저 길어지면서 공중 진화에 어려움이 상당하다"며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의 가장 큰 효과는 집중력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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