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진화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하루 동안 산불이 하루에 29 발생, 2000년 이후 하루 발생 건수로는 6번째로 많았다. 이에 산림청과 전문가들은 물 1만L를 담을 수 있는 대용량 헬기 등 전문 장비와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만L 대용량 헬기 도입 시급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을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는 헬기와 특수 자동차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용 헬기는 총 50대다. 하지만 대부분의 헬기 물탱크 용량은 300~2000L로 작은 편이다. 게다가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산림청 헬기는 42대다. 게다가 8대는 부품 교체가 필요해 지난해부터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부품 교체가 필요한 헬기는 러시아산인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부품을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국 자치단체가 보유한 헬기 79여대도 용량이 600~800L로 작은 편이어서 신속한 산불 진화에 한계가 있다고 산림청은 전했다.
이에 산림청은 물탱크 용량이 1만L에 달하는 대용량 헬기(시누크·미국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 헬기를 3대 구매하기로 하고 미국측과 계약했다.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 우선 1대가 도입될 전망이다. 대당 가격은 550억원 정도다. 산림청 측은 “저수지 등에서 헬기에 물을 담아 산불 현장을 오가려면 최소한 20분 정도 걸린다”라며 “산불을 신속히 제압하려면 대용량 헬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벤츠사가 만든 특수진화차
고성능 산불특수진화차(특수진화차) 도입과 임도(林道)확보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수진화차는 물탱크 용량(3500L)이 일반 산불진화차(800~1200L)의 3배 수준이다. 특수트럭인 특수진화차는 구덩이, 암석, 쓰러진 나무 등 장애물이 있는 비포장 산길 도로도 달린다. 지면과 차체 사이 높이인 ‘최저지상고’가 46㎝ 이상으로, 일반 산불 진화 차(15㎝ 이상)보다 3배 높다. 독일 벤츠사가 만든 특수진화차의 대당 가격은 7억5000만원이다. 산림청은 특수진화차를 현재 29대 확보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특수진화차가 있으면 헬기가 뜰 수 없는 야간에도 산불을 진화할 수 있다”라며 “100대 정도는 있어야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진화차 등 장비를 산에서 쉽게 이용하려면 임도 확보가 필수다. 산림청에 따르면 1968년부터 국내에 조성한 임도(2024년 기준)는 2만6789㎞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소규모다. 독일은 임도가 산림 1ha당 54m, 오스트레일리아 50.5m, 일본 23.5m지만 한국은 4.01m다. 특히 진화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취수장을 겸비한 ‘산불진화임도’는 856㎞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올해 사유림ㆍ공유림ㆍ국유림ㆍ국립공원 등 주요 산에 산불진화임도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진화대 고령화 막으려면 정규직 채용 필요"
진화 인력 전문화도 과제다. 산림청이 직접 채용한 전문진화인력은 공중진화대 106명과 특수진화대 44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연령대는 30~40대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공중진화대는 주로 헬기를 타고 내려와 산불을 진압한다.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와 비슷하다. 공무직 신분인 특수진화대는 권역별로 흩어져 있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달려간다.
반면 전국 자치단체별로 채용한 산불예방전문진화대 9064명은 고령화해 산불 진화에 제대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2022년 기준 이들 산불예방전문진화대 연령은 61세였고, 65세 이상은 33.7%였다. 이번 경남 산청 산불에서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 3명도 60대였다. 산림청이 2003년 도입한 산불예방전문진화대는 각 지자체가 연중 6~7개월 운용한다. 18세 이상 주민이면 지원할 수 있지만, 농촌이나 산간지역은 젊은이가 부족하다. 또 상시 채용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진화 전문성을 갖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경국대 산림과학과 김성용 교수는 “수십년간 전국 산이 나무가 울창해진 데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한번 산불이 나면 대형화하는 추세”라며 “숲 가꾸기나 임도 개설 등을 서두르고 자치단체가 고용하는 산불진화인력도공무직화 등을 통해 젊은 층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강원대 산림과학부 채희문 교수는 "산불 등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단계별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산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면 산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