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꽃가루 가격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배농가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농촌진흥청과 주산지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수입 꽃가루 가격은 20g들이 한봉지당 6만원으로 추정됐다. 최근 몇년간 수입 꽃가루 가격은 연간 5000원 정도 인상돼왔다. 2021·2022년 3만∼4만원이던 것이 2023·2024년 3만5000∼4만5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6만원대로 치솟으면서 1년새 2만원가량 상승했다.
따라서 올해 배 과수원 인공수분에 들어가는 비용은 3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약 3000평)를 인공수분할 때 꽃가루는 10봉지가 필요하다. 올해는 한봉지당 6만원으로 급등했으니 꽃가루값으로만 60만원이 들어가게 됐다.
여기에다 인건비도 올랐다. 농진청은 올해 동일 면적에 투입되는 인건비(2명 기준)를 32만원으로 본다. 2024년엔 1인당 15만원씩 30만원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올해 꽃가루값(60만원)과 인건비(32만원)를 합해 배 인공수분에 들어가는 비용은 92만원이 된다. 지난해(70만원)에 견줘 31.4% 높다.
전남 나주에서 배농사를 짓는 김만기씨(52·금천면)는 “지난해 500만원가량이던 인공수분 비용이 올해는 800만∼1000만원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때에도 4만원대를 유지하던 수입 꽃가루 가격이 갑자기 크게 뛴 데다 인건비도 계속 올라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농진청은 당장 꽃가루가 필요한 농가라면 수분수로 쓸 수 있는 가지를 구하라고 당부했다. 이달 중순 이후 잠에서 완전히 깬 수분수 가지를 잘라 물에 꽂아두면 2주 뒤 꽃이 피어 꽃가루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m 길이에 꽃눈이 10개 이상 달린 가지를 나무마다 2∼4개 꽂아두면 된다.
장기적으론 수분수를 늘려 심는 것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주 재배 품종과 다른 품종을 과수원 면적의 30%가량 심으면 인공수분 없이도 열매가 잘 맺힌다. 수분수 또한 2개 품종 이상을 섞어 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배는 같은 품종끼리는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자가불화합성 식물인 만큼 수분수를 한 품종으로만 심으면 수분수엔 수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신고’를 주로 재배한다면 수분수는 ‘원황’ ‘화산’ ‘슈퍼골드’ ‘추황배’ ‘만황’ 가운데 2종을 고르는 것이 적합하다. ‘조이스킨’ ‘신고’ ‘황금배’ ‘신화’ ‘한아름’ ‘그린시스’는 꽃가루가 없거나 적어 수분수로 맞지 않다.
홍성식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장은 “꽃가루 가격 인상은 환율 변동과 과수화상병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으로 꽃가루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수분수 식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ss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