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꽃미남 넘어선 할리우드 전설

2025-09-16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감독·제작자인 로버트 레드퍼드가 89세를 일기로 16일(현지시간) 유타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홍보회사 로저스&코완 PMK의 최고경영자(CEO) 신디 버거의 발표를 인용해 “레드퍼드가 유타주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버거는 레드퍼드가 수면 중에 숨을 거뒀다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레드퍼드는 1960년대 후반부터 할리우드의 ‘황금 얼굴’로 불리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다. 그는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스팅’(1973),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 ‘흐르는 강물처럼’(1992)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하며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그가 맡은 실존 인물 ‘선댄스 키드’ 역은 레드퍼드의 이미지를 결정지은 대표작으로 유명하다.

그는 로맨틱한 외모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1970~80년대 할리우드 대표 남자 배우로 군림했지만, 상업성과 스타성에 안주하지 않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통해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NYT는 전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스팅’ ‘제레미아 존슨’ ‘내츄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단순한 ‘미남 배우’ 이미지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에는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을 연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며 감독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 작품은 상류층 가정의 상실과 죄책감을 그린 심리 드라마로, 할리우드 영화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다. 이후에도 ‘흐르는 강물처럼’ 등 인간과 자연, 가족과 세대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제작·연출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레드퍼드는 배우와 감독을 넘어 독립영화 운동의 대부로도 불렸다. 1981년 그는 신인 감독·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84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리던 작은 영화제를 인수해 ‘선댄스 영화제’로 키웠다. 선댄스 영화제는 이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의 스티븐 소더버그를 비롯해 퀸틴 타란티노, 대런 애러노프스키, 클로에 자오, 에이바 듀버네이 등 수많은 신예 감독을 발굴하며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로 성장했다.

환경운동가로서의 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과 환경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던 그는 대형 고속도로 건설 반대, 석탄 화력발전소 건립 저지 운동 등에 앞장섰다. 이후 수십 년간 미국 내 환경 단체 이사직을 맡으며 기후변화·생태보전 이슈를 세간에 알렸다.

레드퍼드는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했다. 마블 영화에 특별 출연하는 등 상업영화에도 얼굴을 내비치면서도, 자신의 감독작과 제작작을 통해 미국 사회의 도덕적 딜레마, 언론과 권력,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러한 궤적은 레드퍼드가 단순히 스크린 속 스타를 넘어 문화·정치·환경 문제까지 발언권을 가진 ‘공적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할리우드에서 배우·감독·제작자로 활동하며 60여 년간 쌓아온 그의 업적은 대중문화와 영화 산업 전반에 방대한 유산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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