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섬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 북동부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메이저리그 선수 배출국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국가다. 하지만 음악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세계적인 스트리밍 기록을 세운 ‘배드 버니’를 비롯해,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등 라틴 음악의 거장들이 이곳 출신이다. 이처럼 음악적으로 풍요로운 푸에르토리코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바로 싱어송라이터 ‘라우 알레한드로’다.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서 태어난 라우 알레한드로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해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두 번째 앨범 <바이스 벌사>는 라틴 팝과 레게톤에 혁신을 불러왔다는 찬사를 받으며, 그를 단숨에 주목받는 스타로 떠오르게 했다. 2024년 11월 기준, 그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4500만 명 이상, 인스타그램팔로워는 20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명실상부 그는 현재 라틴 음악계의 가장 빛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10월 중순, 코카콜라 재팬이 주최한 <코크 스튜디오 라이브 2024> 무대를 위해 일본을 찾은 라우는 ‘라멘 마니아’라는 별명에 걸맞게, 긴자에 위치한 미쉐린 원스타 라멘야 ‘하치고’에서 <하입비스트>와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음악과 라멘을 사랑하는 라우 알레한드로, 그의 열정과 진솔한 모습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입비스트: 인터뷰 전에 먼저 라멘을 먹어도 괜찮다.
라우 알레한드로: 고맙다(웃음). 라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오늘 라멘집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인터뷰 전에 혹시 ‘마스터’와 잠깐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나?
하입비스트: 물론이다.
라우 알레한드로: 마스터, ‘라멘’은 원래 일본에서 시작된 음식인가?
마츠무라 야스시(마스터, 하치고의 오너 셰프): 사실 기원은 중국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오늘날 일본의 ‘라멘’이 됐다.
라우 알레한드로: 마스터는 언제부터 요리를 시작했나?
마츠무라 야스시: 요리 경력은 47년이고, 라멘은 그중 10년 정도다. 이전에는 36년간 프렌치 요리를 했다.
라우 알레한드로: 전세계 어떤 요리도 만들 수 있을 만한 놀라운 경력이다. 나도 이런 라멘을 만들고 싶은데, 마스터의 라멘같은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수행이 필요하나?
마츠무라 야스시: 간단한 라멘이라면 며칠의 수행으로도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의 라멘은 마무리 스프를 끓여내는 데도 전날에 6시간, 당일에 2시간이 소요된다.
라우 알레한드로: 믿기지가 않는다. 언젠가 내 라멘집을 여는 게 꿈인데, 혹시 푸에르토리코에서 가르쳐줄 수 있나?
마츠무라 야스시: 2주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가능하다(웃음).
라우 알레한드로: 그럼 꼭 부탁드린다. 마스터 레시피로 만든 라멘이 인기를 끌면 그것보다 큰 영광은 없을 거다. 2026년에 6개월 정도 일본에 체류할 생각이 있어서, 그때 ‘마스터 코스’를 개강해준다면 무조건 수강하겠다(웃음).
하입비스트: ‘하치고’의 라멘은 어땠나?
라우 알레한드로: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원래는 ‘아지타마고 중화소바’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라비올리 중화소바’까지 한 그릇 더 주문해버렸다.
하입비스트: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라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라우 알레한드로: 어릴 때 <나루토>를 보며 자랐다. 작중 라멘을 먹는 장면을 보고, 일본에서 맛있는 라멘 한 그릇을 먹는 것이 내 꿈이 됐다.
하입비스트: 라우 알레한드로의 입에서 <나루토>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 놀랍다.
라우 알레한드로: 현재 푸에르트리코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하입비스트: <나루토> 이외에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나?
라우 알레한드로: <이누야샤>, <원펀맨>, <진격의 거인>, <원피스>, <헌터X헌터>, <드래곤볼>, <포켓몬>, <유희왕>, <귀멸의 칼날> 등, 클래식부터 최신 애니메이션까지 헤아릴 수 없을만큼 좋아한다. 실제로 오른쪽 팔에는 <바람의 검심> 캐릭터 문신도 있다.
하입비스트: 이번 일본 방문의 목적은 <코크 스튜디오 라이브 2024>지만, 11일 동안 머물 예정이라고 들었다.
라우 알레한드로: 지금 나는 일본에 사는 푸에르토리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하입비스트: 지난 9월에 출시된 라우 x 크록스 ‘라스 센세’ 캠페인 비주얼도 도쿄에서 촬영했다.
라우 알레한드로: 맞다! ‘라스 센세’는 일본 전통 나막신의 일종인 ‘게다’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된 제품이다. 크록스 오리지널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플랫폼 스타일을 추가해 약간 변형을 줬다. 또 ‘코모노’와 유사한 끈으로 디테일도 더했고. 일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캠페인도 도쿄에서 촬영했다.
하입비스트: 패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 착장은 카프리 셔츠로 스타일링했는데 평소 스타일 철학이 있나?
라우 알레한드로: 음악과 패션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 결국에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니까. 사실 내 패션 스타일은 내 앨범 주제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11월 15일 발매한 앨범
하입비스트: 앨범마다 패션 스타일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꽤나 신박하다.
라우 알레한드로: 그런가? 물론 평소의 ‘라우 알레한드로’는 집에 있을 때 반바지에 샌들만 신고 있는 편안한 스타일이다. 회사원들이 출근할 때 정장을 갖춰입는 것처럼, 나 역시 집 밖에서 입는 옷은 일종의 유니폼같은 느낌에 더 가깝다.
하입비스트: 방금 이야기했던 정규 5집 앨범
라우 알레한드로: 이번 앨범은 푸에르토리코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내 고향의 풍부한 문화를 기반으로 뉴욕으로 이민을 갔을 때의 스토리와 유럽 문화 요소도 함께 녹여냈다. 사운드 역시 어쿠스틱하고 아날로그한 요소에 전자음악을 결합했다. 아마 내 커리어 중 최고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앨범이다.
하입비스트: 앨범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라우 알레한드로: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나는 작업을 할 때 비슷한 음악을 만드는 걸 정말 싫어한다. 팬들이 좋아하는 나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사운드를 보여주기 위해 항상 탐구한다. 그래서 내 앨범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티스트로서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도전’이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이전 앨범과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위험 속으로 스스로 뛰어드는 편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작지만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산악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8시간이면 모든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으니 꼭 놀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