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00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미국 유력 언론사들은 일제히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다만 보수 성향 매체들은 그가 퇴임 후에도 북한 문제 등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이어가 논란을 빚었다며 부정적 평가도 전했다.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편집위원회 명의 사설 ‘미국은 더 많은 지미 카터가 필요하다’에서 퇴임 후 존재감을 잃었던 다른 많은 전직 대통령들과 카터 전 대통령은 달랐다고 평가했다.
NYT 편집위는 “카터는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과의 핵 협상과 아프리카 대륙, 중동의 내전에서 공정한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커리어(경력)를 ‘평화 수행’이라 묘사했다. 그 일은 끝난 것과 거리가 멀고 이는 카터를 존경하는 이들이 계속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카터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별도 부고 기사에서도 카터 전 대통령이 환경과 외교, 인종 관련 문제 등에서 시대를 앞서갔던 ‘미국 역사상 가장 오해받는 대통령일 것’이란 전기 작가 조너선 앨터의 평가를 소개했다.
NYT와 마찬가지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지미 카터는 대중 정치가 아닌 원칙을 따랐다’는 제목의 편집위 명의 사설을 실었다. WP 편집위는 “그는 복잡한 사람이었지만 원칙에는 일관성이 있었고, 그의 원칙은 아마도 현대의 다른 모든 미국 대통령보다도 더욱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인도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카터의 실수 중 많은 것은 스타일과 기질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는 언론과 잘 지내지 못했고, 그로 인한 대가를 치렀다”면서 “돌이켜보면 그에 대한 조롱 대부분은 지나쳤던 듯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 성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터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캠프 데이비드 평화 협정을 성사시켰지만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미국의 오랜 동맹이던 팔레비 왕조를 포기하는 등 여러 외교적 실패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WSJ은 또 “많은 이들이 카터를 대통령보다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나은 인물로 보고 해비타트 운동 등 자선활동을 모범적이라고 칭송하지만, 퇴임 후 외교 문제와 관련한 그의 시도는 그보다 덜 칭찬할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팔레스타인의 폭력이 이해할만하다고 말할 만큼 이스라엘을 끈질기게 비판했고, 1994년 마지막 순간 북한에 개입한 그의 행동은 빌 클린턴을 궁지에 몰았다. 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관련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원조를 갈취하는 데 이용한 합의 틀이 만들어지는 길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WSJ은 또 “카터는 백악관에 좋은 의도와 훌륭한 인품을 가져왔지만 당대의 주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그의 임기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위대한 회복을 위한 길을 닦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해온 뚜렷한 보수 색채 폭스뉴스도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 “퇴임 후 행보는 봉사에 대한 매우 눈에 띄는 현신과 함께 때때로 논란이 되는 외교와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특징지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