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4년짜리 회장, “뽑아먹을 수 있는 회장, 택했다”…축구인 냉정한 판단

2025-02-27

정몽규 85.25%, 허정무 8.20%, 신문선 6.00%.

지난 26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결과다. 정몽규 현 회장이 183표(무효표 1표 포함) 중 무려 156표를 얻었다. 정 회장은 “50%에다 1표만 더 원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었다”고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낙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4년짜리 회장이라면 누굴 뽑아먹는 게 지금 한국축구에 필요할까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정 회장을 안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만나보니 달라진 태도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경쟁 후보들이 빈약했다. 이대로라면 차라리 정 회장이 한 번 더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공약이 대체로 비슷했다. 그렇다면 자금력, 행정력, 실행력을 가진 기업인이 적합하다고 봤다.”

축구인들의 반응은 위와 같았다. 그중 무엇보다 축구인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냉철한 실리론’이었다. 현재 한국축구가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회장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봤다. 그게 바로 기업인으로서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천안축구센터 걸립에 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축구인은 “사재를 내든, 본인이 있는 회사 돈을 내든, 외부 스폰서를 끌어오든 중요한 것은 실제로 누가 많은 돈을 만들 수 있느냐 여부”라며 “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 회장만 축구센터를 위해 거액을 내놓겠다고 말해 그를 택했다”고 말했다.

천안센터는 정 회장이 시작한 사업이다. 15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까지 들어갈 정도로 돈이 많이 든다. 다른 축구인은 “허정무·신문선 후보는 외부 스폰서를 끌어올겠다고 말했지만 얼마를 마련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만일 외부 후원금을 끌어올 수 없다면, 결국 천안센터 건립 비용은 오직 협회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센터 건립금을 협회 예산으로 충당한다면, 결국 선수 육성·성적 달성·인프라 확충·저변 확대 등 축구계에 직접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예산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축구인들이 자신들과 자신들이 일하는 분야에 대한 협회 예산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한 축구인은 “정 회장이 결자해지라는 자세로 임한다면, 천안센터에 들어가는 협회 예산을 줄이고 그걸 현장에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달라진 자세를 표를 준 근거로 꼽은 축구인도 있었다. 한 축구인은 “나도 정 회장이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축구인들을 직접 만나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당선이 결정된 뒤 “더욱더 열심히 축구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함께 레이스를 뛴 신문선, 허정무 후보에도 감사드린다. 더 조언을 듣고 앞으로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경쟁자들의 의견조차 수용할 뜻을 비쳤다.

정 회장은 12년 전 처음 축구협회 회장직에 도전할 때도 3명 후보와 경쟁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2위에 그쳤으나 2차 투표에서는 15표를 얻어 9표에 그친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재선, 3선 때는 단독 입후보해 경선 없이 당선됐다. 12년 만에 이뤄진 경선은 가뜩이나 팬과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은 정 회장을 무척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 회장은 “200명 넘는(가까운) 선거인을 만나본 건 처음이다. 동호인부터 심판, 경기인들, 선수들까지 다 만났다. 축구인들이 원하는 걸 더 가까이서 듣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찾아가서 더욱더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인과 팬들의 비판 여론도) 모두 결국 소통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잘 설명해 드리면 하나하나 오해를 풀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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