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캔버스로... 김맹호 개인전 ‘도자에 담은 염원’

2025-12-14

 서양화를 전공한 김맹호 작가는 젊은 시절 민중미술에 심취하면서 우리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뭔가를 그냥 재현하고 이전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도자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20여년 전이다. 흙을 만지는 도자의 자연적인 물성이 너무 좋았다. 달항아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혼자서 수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도자기를 캔버스 삼아 풀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장식적인 꽃이 아니라 이름없이 사라진 수많은 민중을 닮은 풀꽃이 좋았다. 그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꽃(정신)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직접 빚어낸 도자 위에 그린 풀꽃은 뜨거운 불을 거치면서 영원히 죽지 않는 꽃이 되었다.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24일까지 김맹호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도자에 담은 염원’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간 심화해온 풀꽃 도자 작업과 더불어, 한국적 정서·자연·사회적 현실에 대한 사유가 결합된 신작 도자 조형물까지, 그의 작업세계가 지닌 확장성과 밀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작가에게 풀꽃은 단순한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고 순환한다는 믿음을 환기하는 상징이며, 이름 없이 스러져간 평범한 민중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전시에는 12·3 내란사태로 촉발된 사회적 혼란과 그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를 뜨겁게 밝힌 응원봉의 물결을 표현한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공동체적 용기와 빛의 힘을 도자라는 항구적 매체에 기록하려는 시도다.

 작품들은 화려함을 강조하기보다 흙과 유약의 물성이 지닌 고요한 깊이를 통해 일상의 작은 장면, 기억의 조각, 시대의 감정을 차분하게 드러낸다.

 김맹호 작가는 “지난 겨울, 동학농민군을 떠올리게 할 만큼 용기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면서 “저는 그때의 감동을 불 속에서도 살아남는 도자에 담아보고자 했으며, 앞으로도 풀꽃의 생명력뿐 아니라 역사와 현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도자 작업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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