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프리즈 서울’ 불황 속 선전…전북 미술 내일 모색은?

2025-09-08

 한 해 가장 주목받는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관을 무대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계 미술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공동 개최 4년 차를 맞은 ‘키아프리즈’는 여전히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약 450만 달러(약 63억 원)에 판매되며 시장 활력을 입증했고, 김혜경 여사가 전시장을 찾아 1시간 넘게 주요 부스를 둘러보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에는 올해 20여 개국 175개 갤러리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세계 3대 아트페이 중 하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이어 지난 2022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즈에는 120여 개 글로벌 갤러리가 참여했다.

 올해는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닌 전시 수준과 콘텐츠의 깊이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키아프는 ‘공진(Resonance)’을 주제로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탐구했고,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 위크’를 통해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미술계의 참여를 끌어냈다.

 지난 6일 우진미술기행으로 탐방하게 된 ‘키아프리즈’ 현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뜨거운 분위기였다.

 전북에서도 서신갤러리와 콘크리트갤러리가 참여해 지역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소개했다.

 서신갤러리는 2002년 첫 키아프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여하며, 올해는 배병희, 문민, 이가립, 이주리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페어 기간의 거래뿐 아니라 이후에도 컬렉터와의 접점을 이어가기 위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콘크리트갤러리는 국경오 작가의 1억 원대 작품을 국내 사립 미술관에 판매했을 뿐 아니라, 포르투갈 TILSITT, 룩셈부르크 ARTKOCO 등 해외 갤러리 초청을 받으며 국제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박지혜 대표는 “전북 작가 국경오, 이철량, 지석철의 작품으로 참여해 초대전과 아트페어 제안을 받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군산 출신 이건용 작가는 프리즈 서울에서 BMW와 협업해 전기 세단 i7을 ‘움직이는 캔버스’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바디스케이프’로 알려진 그는 자동차 표면에 신체 움직임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예술 언어를 구현다. 이번 협업은 브랜드를 예술적 파트너로 자리매김시키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선도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형상미술 중심의 국내 미술계에서 꾸준히 활동한 전주 기반의 김철규 작가는 국내 근현대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가람화랑과 함께 키아프에 참여했으며,김병종, 손석 작가 등 중앙의 유명 갤러리들이 주목한 전북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보였다.

 다만 지역 미술계의 한계도 여전히 뚜렷하다. 전북에는 국제적 담론을 형성할 미술 시장이 부재하고, 컬렉터 기반과 미디어 노출력, 대규모 프로젝트 기회가 부족하다. 자연스레 서울 중심의 시장 구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점은 ‘작가 중심 생태계’가 지역에 탄탄히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박혜경 서신갤러리 관장은 “키아프리즈 서울은 아트바젤 홍콩보다 빠른 시장 변동성과 세대 간 소통, 다양한 장르의 실험으로 아시아 미술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컬렉터와 2·3세대 구매자의 등장은 미술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을 넘어 생활 속 문화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단순한 투자 목적보다는 ‘내 이야기’, ‘내 주변’과 연결된 작품을 선호하는 최근 관람객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작가 중심의 전북 미술 생태계에도 긍정적 신호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키아프·프리즈 서울은 불황 속에서도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어려운 여건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지역 작가와 화랑들의 모습은 지역 미술계가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내일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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