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작 판소리시어터 ‘심청’이 전주와 서울을 잇는 순연 과정에서 전례 없는 논의와 비평을 이끌어내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공연계에서 이처럼 활발한 리뷰가 쏟아진 사례가 있었는지를 돌아보면, ‘심청’의 화제성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전주에서 열린 소리축제 기간 전후는 물론,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이달 3일부터 6일, 그리고 현재까지도 ‘심청’과 관련한 다채로운 비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공연을 기점으로 담론의 폭이 넓어지면서 지역 언론에서 중앙 언론, 전문 예술 매체, 나아가 관객 평으로까지 확산됐고, 지난 주말에는 그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소리축제 개막공연이 이처럼 장기간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소리축제에서의 공연은 세계 초연으로 한 작품이 처음 무대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초연의 성패는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곡가, 창작진, 출연진의 위상에도 직결되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심청’은 전통 판소리의 도구적 효녀상을 넘어 사회적 약자와 여성의 서사를 전면에 부각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대규모 무대, 현대적 연출, 라이브 카메라 등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호응도 높았다.
전주권의 초기 리뷰가 혁신성과 실험성, 관객 반응에 집중했다면, 서울 국립극장 무대를 거치며 사회적 메시지, 페미니즘적 관점, 제도적 담론으로까지 확장됐다. 결과적으로 논점은 ‘재배치·해체·사회적 서사 강화’와 ‘원전의 감정 보존’ 사이의 충돌로 요약된다. 이처럼 작품을 둘러싼 첨예한 논의 자체가 창극을 동시대적 예술로 소환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수십 차례의 해설과 비판이 이어지고, 사회적 파급력 또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양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이번 경험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전주에서 시작된 ‘혁신’과 ‘실험’, 그리고 논쟁을 전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연예술계 한 관계자는 “이번 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의 협업을 두고 지역에서는 ‘숟가락만 얹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협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라며 “해외에서는 한 작품을 10곳, 많게는 20곳의 극장이 공동 제작·투자해 예산을 분담하고 유통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작품인지를 따지지 않고, 효율성과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방식이지만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순수 예술 작품이 더 널리 유통되고 예산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숟가락 얹기’라는 표현은 부당한 폄훼일 뿐 아니라 협업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25주년을 맞는 소리축제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전북이 어떤 예술적 정체성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과 확산의 모델을 주도할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그 선택이야말로 소리축제가 앞으로 또 다른 25년을 준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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