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갉아먹는 난청…'이 시술' 받으니 치매 발생 뚝 [Health&]

2025-12-28

인터뷰 정재호 교수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우울증·치매 위험 높이는 난청

보청기 한계 땐 인공와우 효과적

수술 후 청각 재활 지속 관리 필요

“뭐라고? 안 들려.” 이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나이가 들면 으레 겪는 증상으로 넘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난청은 소외감과 우울감을 키울 뿐 아니라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 요인이다.

다행인 점은 난청이 조절할 수 있는 치매 위험 인자라는 사실이다.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통한 청각 재활로 난청을 치료할 수 있고, 실제로 난청 치료가 치매 발병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난청 치료와 치매의 연관성을 분석한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재호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정 교수를 만나 난청 치료의 중요성과 치매와의 연결고리를 물었다.

최근 난청 환자 수가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 인구의 증가다. 노화는 난청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젊은 층에서는 이어폰 사용에 따른 소음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난청 진단 시 어떤 치료가 진행되나.

“치료의 첫 단계는 보청기 착용이다. 보청기는 외부 소리를 증폭해 내이로 전달하는 장치로, 주로 경도·중등도 난청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난청이 고도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 보청기만으로 말소리를 충분히 분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즉 소리는 들리지만 말과 소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인공와우는 보청기에 비해 생소하다. 어떤 치료법인가.

“인공와우는 기능이 저하된 달팽이관의 역할을 대신해 소리를 전기 자극으로 바꿔 청신경과 대뇌에 전달하는 의료기기다. 치료는 귀 안에 내부 장치 이식 수술을 한 후 상처가 회복되면 외부 어음처리기를 착용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후에는 환자 개개인의 청각 반응에 맞춰 소리 자극을 조절하는 ‘맵핑(mapping)’ 과정이 진행된다.”

난청 치료를 미루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난청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포함한 청각 재활 치료는 난청 정도에 따라 소리를 다시 뇌로 전달해 소통을 회복하는 중요한 치료다. 난청이 지속하면 회의나 모임에서 말을 자주 되묻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대화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사람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고, 사회생활도 위축된다.”

실제로 최근 난청이 사회적 위축을 넘어 우울증과 인지 기능 저하와도 연관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교수는 청각 재활 치료가 치매 발생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며 난청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짚었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의학 학술지인 랜싯(Lancet) 보고서에 따르면 중년의 치매 위험 요인 가운데 난청이 약 7%를 차지한다. 주목할 점은 난청은 교정 가능한 위험 인자라는 사실이다. 이에 난청을 치료했을 때 실제로 치매 발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주요 결과와 의의는 무엇인가.

“국내 청각 장애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보청기를 착용한 군에서 착용하지 않은 군에 비해 치매 발생이 적었다. 다만 80~90데시벨(㏈) 이상의 고도 난청에서는 보청기 착용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에 국내 인공와우 적응증에 해당하는 70㏈ 이상 난청 환자를 다시 분석한 결과, 인공와우 착용군의 치매 발생 양상은 정상 청력군과 거의 비슷했고 그다음 보청기 착용군, 아무 치료도 하지 않은 환자군 순서로 치매 발생이 많았다. 이 결과는 고도 난청에서는 보청기보다 인공와우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난청 치료의 중요성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인공와우 치료에서 수술만큼 중요한 것은 수술 이후의 적응 과정이다. 인공와우는 이식 직후 바로 자연스러운 청취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뇌가 전기 자극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소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돕는 것이 청능 훈련이다. 한양대병원은 청각사, 언어치료사와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를 통해 환자의 연령과 난청 특성에 맞춘 체계적인 청각 재활 치료를 제공한다. 아울러 인공와우와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살피는 등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양대병원 난청클리닉(정재호·한상윤 교수)은 보청기부터 인공와우까지 환자 상태에 맞춘 단계적 청각 재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수술 이후에는 청능 훈련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언어치료를 병행하고, 지속적인 추적관리를 통해 환자가 치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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