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전체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주요 골자로 한 상법 개정과 관련된 토론회를 열고 재계와 투자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다만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재계와 투자자는 상호간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청 제3회의장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기업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들의 일자리‧경제성장 모두 기업들로부터 시작된다”며 “기업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고 자유롭게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될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기업을 구성하는 실제 소유자들 ‘주주’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과 기업을 믿고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부동산에 매몰된 투자수요가 증시 등 금융시장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 이를 위해선 기업과 투자자 어느 누구도 부당 취급을 받지 않는 공정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들이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과거에는 주로 부동산에 의지해 왔다면 앞으로는 아마 금융시장 쪽으로 많이 중심을 옮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제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이 대체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장벽을 좀 제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와함께 기업들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야 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야 그 기업의 지속성,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도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오늘은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누군가가 이익을 보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모두가 부당하지 않게 취급되는 공정한 시장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기업이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냐, 투자자들은 어떻게 안심하고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라는 점들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재계와 투자자간 상호 토론이 진행됐으나 의견 차이는 좁혀들지 않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 동기 요인이 없어지고 주식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100만개 이상 비상장기업까지 규제가 적용된다. 중견·중소기업들도 이에 따른 어려움을 미리부터 호소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보다는 합병·분할 등 사례별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실효성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법 개정시 판례가 만들어질 때까지 (잦은 법적다툼 등)여러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때문에 ‘판사님을 회장님으로 모셔야 된다’는 항간의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라고 우려했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2019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을 노린 사례를 들어 상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김동욱 부사장은 “앨리엇 사례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회사의 설비‧연구개발‧인재 고용 등 장기적 미래 비전보다 배당 확대를 위한 단기적인 이익 실현을 추구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이런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한 주주 충실의무 강화 움직임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에 적극 찬성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투자자들이 제일 원하는 것은 장기성장을 위한 설득력 있는 투자”라며 “주식투자자들은 단기적 배당을 원하지 않는다. 회사가 납득이 가는 투자안을 제시하고 제대로 설득을 하면 투자자들 회사 방침을 적극 따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처럼 재계가 계속 말하는데 이해가 안된다. 주주이익은 지배주주나 소액주주나 다를 게 없다”며 “다른 계열사가 끼는 등 꼼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대주주만 이익이 되고 소액주주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업의 저력을 믿고 좋아해서 주식을 샀는데 소액주주를 마치 회사 방침에 태클을 거는 사람들로 보는게 안타깝다”며 “재계의 주장은 결국 비례적 이익을 못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어떤 주주의 이익(최대주주)은 다른 주주(소액주주)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문제삼았다.
박광현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는 “국내 MZ 세대에 속한 개미 투자자 다수는 국장(한국 증시)을 이탈해 나스닥 등 외국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경영진이 감내할만한 적정수준의 개혁은 어림도 없다. 상법 개정과 같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급진적 법안만이 투자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 역시 “국내 증시는 장기 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주 보호 장치가 전혀 없어서 투자하기 열악한 환경이기에 외국 증시로 다들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기업들에게 제일 중요한 주주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상법 개정과 같은 입법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인데 이때 중요한 것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라며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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