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SM 전력화, 북한 장사정포의 계산은 어떻게 바뀌었나 [박수찬의 軍]

2025-12-19

한국 육군의 장거리 타격력을 뒷받침할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의 전력화가 완료됐다.

방위사업청은 16일 ‘우레’라는 별칭을 지닌 KTSSM 전력화가 끝났다고 밝혔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 구축한 장사정포 진지를 단시간에 파괴하고자 개발됐다.

군 당국은 KTSSM 전력화 완료를 기반으로 사거리와 관통력이 증대되고 생존성과 작전 능력이 향상된 차량형 KTSSM-Ⅱ의 체계개발을 2027년까지 마치고, KTSSM-Ⅱ보다 우수한 KTSSM-Ⅲ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작사가 쓸 수 있는 전략타격능력

북한군은 수도권이 휴전선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 김정일 시절부터 휴전선 북쪽에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포함한 장사정포를 대거 배치했다.

특히 최대사거리가 5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170㎜ ‘주체포’는 상당한 위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지원한 주체포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분당 발사속도가 2발로 다소 느리지만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이 높은 무기로 평가했다.

이런 장사정포가 갱도·엄폐 진지에 숨어있다가 개전 초 서울 등을 집중포격하면, 시민들이 공포에 빠져서 도시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유사시 전쟁 수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소속 화력여단이 운용하는 KTSSM은 북한이 개전 초 장사정포 대량 포격으로 수도권에 대규모 피해를 입힌다는 작전의 성공확률을 낮춰 북한군의 장사정포 사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사거리가 180㎞인 KTSSM은 관통력이 1~3m에 달한다.

지하공간을 감지하는 지능형 신관과 침투형 열압력탄을 사용, 갱도진지를 관통한 뒤 내부 공간을 감지해서 폭발한다.

이때 강력한 열압력과 폭풍이 발생한다. 강철 방폭문을 파괴하고, 진지 내부의 산소를 모두 태워버린다. 갱도진지 내의 장사정포와 운용요원을 모두 무력화한다.

4발을 탑재한 고정형 발사대는 강화된 방호 대책이 적용되어 있다. 발사대 1개당 약 5억원, 미사일은 1발당 약 8억원 정도로 저렴하다. 미사일을 빠르게 연달아 쏘는 연속발사통제체계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KTSSM의 이같은 성능은 북한 장사정포의 작전 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위기가 고조되거나 전면전·국지도발 초기 단계일 때, 북한 장사정포는 갱도·엄폐 진지에 숨어있다가 기습적으로 전개해 수도권으로 일제사격하는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능형 신관과 침투형 열압력탄으로 무장한 KTSSM은 장사정포가 불을 뿜기 전에 갱도·엄폐진지를 사전에 타격, 북한군이 기대하는 기습 포격의 효과를 낮출 수 있다.

다만 도발 초기 국면에선 효율적인 감시정찰 및 지휘통제체계에 의한 사전 탐지가 매우 중요하다. 장사정포 가동 징후를 미리 파악해야 KTSSM의 억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투가 하루 이상 진행되면 북한 장사정포는 포탄을 보충하며 한국군 반격에 대비한 재배치·기만·분산 작전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은 육군 대화력전과 공군 폭격으로 이를 제압하게 된다.

북한 공군 및 방공망 위협, 내륙 지역 전략표적 타격, 날씨 등의 문제로 공습이 제약을 받으면, 육군 대화력전은 비중이 커진다. 일반 포병탄보다 정밀도와 파괴력이 높은 무기체계가 필요하다.

이때 KTSSM이 나설 수 있다. KTSSM의 전방 배치는 공군이 북한군의 전략 표적 타격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날씨에 관계 없이 공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전투가 길어지면 KTSSM은 재배치·분산·위장 작전을 펼치면서 포격을 시도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계속 공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 장사정포의 위력을 떨어뜨리면서 심리적 압박도 낮출 수 있다.

다만 북한군이 장사정포 대신 사거리가 110∼300㎞로 추정되는 근거리형 전술유도탄 화성-11라형이나 600㎜ 방사포 등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KTSSM보다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강한 KTSSM-Ⅱ·Ⅲ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대목이다.

◆사거리 연장·위력 강화 추진

군 당국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KTSSM-Ⅱ 체계개발에 돌입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2027년까지 약 2900억원을 투입, KTSSM보다 사거리와 관통력이 강화된 미사일을 만든다.

KTSSM-Ⅱ는 KTSSM-I의 갱도·엄폐 진지 타격 임무를 유지하면서, 기동성·사거리·생존성·관통력을 강화해 북한 방사포와 장사정포, 탄도미사일 대응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거리가 300㎞인 KTSSM-Ⅱ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에 2발을 탑재한다. 지상에 고정된 형태였던 KTSSM과 비교하면 기동성이 크게 향상됐다.

KTSSM-II는 미사일과 발사차량, 탄약운반차량, 사격지휘통제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미사일은 신형 탄두를 탑재해서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관통력과 파괴력을 높였다. 발사통제·사격지휘 등에 사용되는 콘솔은 기존 3화면 콘솔에서 경량화·간소화된 것으로 바뀐다.

관련 기술은 어느 정도는 구현되어 있다.

폴란드에 수출된 천무 다연장로켓은 CTM-290 전술탄도미사일을 탑재한다. KTSSM을 기반으로 개발된 CTM-290은 사거리를 290㎞까지 연장한 미사일이다. 미사일 수출통제체제(MTCR)를 고려해서 사거리를 조정했다.

갱도진지가 없는 평야지대인 폴란드-러시아 국경의 상황을 감안해 침투형 열압력탄 대신 광역 제압용 탄두를 탑재한다.

KTSSM-II 도 사거리가 300㎞이므로 CTM-290과 유사하다. 방산업계에선 CTM-290 개발 기술과 경험을 지니고 있으므로 KTSSM-II의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도 그만큼 짧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SSM-II 개발이 완료되면 2000년대 초반 미국산 MLRS를 구매하면서 패키지로 도입한 에이태킴스(ATCMS) 전술미사일을 대체할 예정이다.

한국군은 에이태킴스 200∼250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라 교체가 필요한 상태다.

KTSSM-II 개발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국군은 새로운 미사일인 KTSSM-Ⅲ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KTSSM-Ⅲ는 지난 2023년에 처음으로 존재가 공개됐다. 세부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존 KTSSM과는 다른 무기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점이 많다.

KTSSM-II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을 사용하지만, KTSSM-Ⅲ는 현무-2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K-501 10륜 특수차량에 2발을 탑재하는 모양새다.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의 크기 문제로 KTSSM-Ⅱ의 직경은 600㎜를 넘지 못했다.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을 사용하면서 미사일 크기가 더욱 커질 수 있게 됐다. 추력 또한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여지를 준다. 우선 사거리를 더욱 늘려서 최대 500㎞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해외에선 기존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국 등을 중심으로 CTM-290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탄도미사일 수요가 제기되고 있다. CTM-290과 유사한 무기인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대체할 미국산 프리즘 미사일은 CTM-290보다 사거리가 길다.

수출 경쟁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방위산업계는 CTM-500으로 불리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최대 5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미사일에 적용되는 기술을 활용하면, KTSSM-Ⅲ 개발 리스크도 그만큼 감소한다.

사거리 연장 대신 기존보다 강력한 고위력 탄두를 탑재하는 방법도 있다.

탄두부 내부 용적이 커지면 폭약 탑재량도 늘어난다. 위력이 향상된 탄두를 다양하게 탑재할 수 있게 된다.

우선 기존보다 강한 위력을 지닌 열압력탄을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DD는 2020년부터 ‘광역지역 제압용 탄두의 열압성능 극대화 화약구조체’ 연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범위와 위력이 강해진다면, 갱도진지를 비롯한 북한 장사정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제압이 훨씬 쉬워진다.

이중목적 고폭탄(DPICM) 적용도 가능하다. 한국군의 에이태킴스는 M77 이중목적 고폭탄을 탑재하고 있다. 넓게 전개해 있는 적을 내장된 자탄으로 제압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는 우수한 성능을 지닌 미사일이지만,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대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중목적 고폭탄은 불발 등에 의한 민간인 피해 위험이 있다. 이같은 위험을 낮추면서 위력을 유지하는 기술을 적용하면 에이테킴스를 대체하면서 강력한 위력을 지닌 미사일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이 장사정포와 대구경 방사포 등을 증강하면서 포병 화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KTSSM은 유사시 북한의 기습적 포격을 억제·대응하는 한국군의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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