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부터 에스파까지···SM 30년이 곧 ‘K팝의 역사’

2025-01-08

한국대중음악사에 기념할 만한 장면은 수없이 많지만, ‘K팝’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가장 의미 있는 것은 SM엔터테인먼트가 1996년 그룹 H.O.T를 데뷔시킨 순간일 것이다. H.O.T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아이돌의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H.O.T가 데뷔한 지 29년이 지난 지금, 국내 대중음악 시장뿐 아니라 대중문화계 전반은 K팝 아이돌 그룹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꾼 SM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창립된 SM의 역사는 곧 K팝의 성장사나 다름없다. 1세대, 2세대 등 ‘세대’로 아이돌 그룹을 나눌 때, 각 세대별 대표 그룹엔 늘 SM 가수들이 있다. 1세대 아이돌 H.O.T(1996), S.E.S(1997), 신화(1998)는 당시 10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지금의 아이돌 팬덤 문화의 시초가 됐다. H.O.T는 중국에서 앨범을 발매한 첫 한국 가수다. 2000년 H.O.T의 베이징 단독 콘서트를 전하는 기사에서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쓰였다.

2000~2000년대 중반 데뷔한 2세대 아이돌 보아(2000), 동방신기(2004), 슈퍼주니어(2005), 소녀시대(2007), 샤이니(2008)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한류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도 SM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 기획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았다.

SM의 성공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의 설립으로도 이어졌다. 연예기획사가 늘어나면서 빅뱅·2NE1·블랙핑크(YG), 원더걸스·2PM·트와이스(JYP), BTS·뉴진스(하이브) 등 각 기획사 특유의 스타일을 반영한 다양한 아이돌 그룹들이 등장했다.

연습생 선발과 합숙을 통한 체계적인 아이돌 육성 방식, ‘송캠프’를 통한 많은 해외 작곡가들과의 협업, 현지화 그룹 결성 등 지금은 보편화된 아이돌 제작 시스템 대부분이 SM에서 처음 시도됐다. SM은 SM 소속 가수들을 모은 ‘SM타운’, SM 특유의 음악 스타일을 의미하는 ‘SMP(SM Music Performance)’ 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단순 기획사를 넘어 스스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 SM 소속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덤 ‘핑크 블러드’도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는 “1990년대 음악을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듯이, 어떤 의미에서 한국 대중음악은 SM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며 “창작자의 시대에서 본격적인 기획자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SM은 2023년 창립자 이수만과 SM임원진들 간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를 겪었다. 회사를 떠난 이수만 전 SM총괄 프로듀서는 해외에 체류하며 ‘A20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새 아이돌 그룹을 기획 중이다. 회사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에스파의 ‘수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가 대히트를 친 것은 SM의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작년은 SM이 오랜시간 쌓아둔 음악과 기획적 자산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SM은 오는 11~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SM타운 라이브 2025’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는 강타, 보아, 에스파 등 SM 대표 가수들부터 연습생들까지 총출동해 5시간 이상 진행된다. SM은 이 전 프로듀서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지만, 이 전 프로듀서는 참석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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