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 및 공약을 준비하며 함께 논의해 온 전문가로서, 이번 인선이 최적이라 확신한다.” (이원태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우리나라에서 AI 정책 총괄을 맡기에 가장 적절한 분이라 생각한다.” (Sung Kim 업스테이지 대표, 홍콩과기대 교수)
지난 한 주간 AI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사건은 하정우 네이버 AI이노베이션센터장의 이재명 정부 초대 AI 수석 임명이었다.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 신설된 직책이자, 대통령 1호 공약인 'AI 강국 도약'을 실현하고 100조원에 달하는 예산 집행을 지휘하는 자리다. 당연히 누가 임명될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 과정에서 국가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Chief AI Officer)라는 타이틀까지 붙여졌기 때문에 그 무게감은 더 컸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인이나 대학교수가 아닌 산업계에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비즈니스에 몸담았던 하정우 센터장을 임명했다. 그는 네이버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진두 지휘한 인물이다. 지난 정부부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강국 도약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함을 설파한 인물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정치인이 아닌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낼 AI 정책이 그럴듯한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닌,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는 연구실에만 갇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도 아니고, 정권의 입맛에 맞춰 움직이는 관료도 아니기에 그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그가 대통령에게 산업계와 국민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을 가감 없이 전하고, 때로는 고언도 마다하지 않을 인물이라 믿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이 '좀비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과거 정부지원사업의 부작용을 막을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최고의 AI 전문가로 손꼽히는 장병탁 서울대 AI대학원장의 제자이며, 네이버의 AI 개발을 이끌어온 인물이기에 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이가 없다. 또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데이터분과 위원장과 초거대 공공 AI TF팀장으로 국가 AI 정책 수립을 조언해 온 인물이기에 정부 조직의 생리에도 밝다.
그는 오랜 기간 동일한 업종에 몸담아온 만큼, 필자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필자는 금융권 최초로 그가 개발한 AI 모형을 도입해 테스트했으며, 그는 필자가 쓴 AI 도구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서의 추천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학부부터 석사, 박사과정까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정통 공학도이자, 민간 기업에서 AI 연구개발(R&D)을 이끈 순수 엔지니어이기에 여러 정권을 거친 노련한 관료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또 그가 담당할 AI미래기획수석이 AI정책 이외에도 과학기술연구, 인구정책, 기후환경에너지까지 총괄해야 하는데, AI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인정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의 품성을 잘 모르는 이들은 그가 민간 기업 출신이라는 이유로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수십 년간 연구개발에만 매진해온 만큼, 정치적 수사(修辭)에 능하지 못하고, 야권의 공세를 감내할 내공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I 정책에 대한 국민적 논쟁이 발생하거나, 인신공격이 있을 경우 그가 견뎌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제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국가의 몫이다. 그는 과거 네이버 시절 '일머리가 있는' '기술부터 정책, 글로벌까지 커버하는' 다재다능한 인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민간에서 정부에 과감히 정책을 제안하던 위치에서, 이제는 직접 AI 정책을 수립하고 지휘하는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모처럼 발탁된 국가대표급 인재가 정치적 소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각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의 역량이 정쟁이 아닌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황보현우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