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매력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디젤 도산 연 패션 콜럼버스 [더 하이엔드]

2024-09-19

‘패션계의 콜럼버스.’

패션 산업이 발달한 이탈리아에서도 혁신적인 도전 정신으로 이렇게 불리는 인물이 있다. OTB 그룹을 이끄는 렌조 로소 회장이다. 그가 패션계의 콜럼버스로 불리는 이유는 1978년 만든 브랜드 ‘디젤(Diesel)’ 때문이다. 거친 느낌의 피니싱(마감) 데님 원단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풀어낸 패션을 소개해, ‘데님을 재발견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데님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그를 화상 인터뷰 했다.

청바지로 ‘용감한 패션’ 만들다

“굿모닝!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더욱 좋은 아침입니다.”

지난달 27일 로소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경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화상 인터뷰는 이탈리아 시간으로 오전 9시 시작했다. 그는 자택 집무실에서 캐주얼한 티셔츠 차림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한쪽 손목엔 여러 겹의 가죽 팔찌를 차고 있었다. 대형 이탈리아 패션 그룹의 수장이었지만, 권위나 위엄을 내세우기 대신 친근함과 활력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의 회사 OTB는 ‘Only The Brave’(용감한 자들만)’의 약자를 땄다. 패션에 도전적이고 용감한 사람을 위한 옷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회사명이다. 그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려면 용감해야 한다”고 했다. 로소 회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패션이 좋아 직접 청바지를 디자인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공시켰다. 그 브랜드가 바로 청바지와 바이크 재킷으로 유명한 디젤이다. 사업가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현재 디젤을 비롯해 창의성의 대명사로 꼽히는 메종 마르지엘라와 질 샌더, 마르니, 빅터&롤프, 아미리 등 굴지의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그룹 내에 갖추고 있다.

공간이 된 디젤의 DNA

최근 OTB 그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디젤의 세 번째 단독 매장 ‘디젤 도산’을 열었다. 서울 한남동과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 점에 이은 것으로, 이번 매장은 그 규모나 면면에 있어 기존 매장과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다. 4층 규모의 독채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해 타 매장 대비 다양한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문화와 철학 등 이들의 DNA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공간’으로 설계됐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렌조 로소 회장의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의미 깊다. 이번 인터뷰도 이번 매장에 대해 “한국 소비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직접 나선 것이었다.

“디젤 도산은 브랜드의 대담하고 강렬한 정체성을 지닌, 디젤의 매장을 관통하는 디자인 컨셉을 구현한 공간이다. 목표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건물 자체도 독특한 것을 선택했고, 브랜드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벽 전체를 채우기도 하고, 새로운 브랜드 컬러 요소인 커스텀 핑크로 채워진 바(Bar)가 있는 VIP 전용 공간도 조성했다. 상품으로는 최신 컬렉션은 물론이고 디젤의 상징적인 실버 컬러에 착안한 남성복·여성복, 1DR 백 등 이곳만의 독점 제품도 만날 수 있다.”

47년 차 브랜드 디젤은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아이돌을 비롯해 해외 팝스타들이 앞다퉈 디젤을 입으며 세계적으로 붐이 일었다. 이런 시기 한국에 디젤 도산 같은 대형 매장을 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은 디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우리, 그리고 세계 패션업에 있어 핵심적인 시장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번 디젤 도산 매장과 함께 K팝 스타 호시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한 것이 그 증거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글렌 마틴스와 스타들, 함께 성장하다

대형 브랜드가 오랜 시간 트렌드를 이끈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디젤은 이를 실현한 몇 안 되는 브랜드다. 그 힘은 과연 무엇일까. 로소 회장은 이를 “디젤 공동체”라 답했다.

“디젤의 공동체가 곧 디젤의 힘이다. 우리는 민주적인 브랜드로서 ‘럭셔리의 대안’을 자청한다. 이를 통해 우린 더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브랜드가 된다.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가 합류하면서, 디젤은 매우 강력한 두 가지 개인적 경험이 제대로 융합됐다. 디젤은 글렌과 함께 많은 실험을 하고, 더없이 흥미로운 브랜드로서 입지를 재확인하며 진실한 DNA를 지켜오고 있다. 또한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많은 인물과 손잡고 브랜드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부터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글렌 마틴스는 디젤의 부흥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자신의 브랜드 ‘와이 프로젝트’로 이미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그는 용감한 괴짜 억만장자 경영자 로소 회장을 만나 새로운 디젤을 선보이고 있다.

“글렌의 합류는 디젤 이미지의 전환점이 됐다. 반항 정신과 개성을 추구하며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모든 세대의 패션 스타일에 영향을 미쳐온 우리가, 글렌의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만난 것. 그와 함께하면서 디젤은 패션쇼를 아름답게 선보이는 차원을 넘어, 컬렉션마다 세련된 멋을 더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로소 회장은 올해 OTB 그룹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상장은 적절한 시기에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은 기업의 투명성과 승계를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우리 그룹에 합류할만한 브랜드와 기업을 찾고 있다. 우리 철학을 받아들이고 럭셔리 부문에서 OTB의 입지를 강화해줄 브랜드를 찾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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