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칼럼] K-기업 밸류업 어려운 이유, 바로 이것 때문

2024-10-06

#. 유니온베이, 지오지아, 앤드지 등 다양한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신성통상을 기억하시는가.

신성통상은 최근 일본 SPA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손꼽혔던 탑텐까지 선전하며 국민 브랜드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한때 토종 브랜드 탑텐을 향한 소비자의 사랑은 뜨거웠다.

특히 신성통상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패팅 자켓, 이른 바 ‘평창 롱패딩’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품질은 좋고,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인식도 신성통상의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이렇게 신성통상의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반면에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신성통상 매출액이 2021년 6월 30일 기준 1조1999억원, 2022년 6월 30일 기준 1조4678억원, 2023년 6월 30일 기준 1조5425억원 등 지속하여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2021년 6월 최고 4480원을 기록했던 신성통상의 주가는 2023년 6월 1600원 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1400억원 넘는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9월 30일 현재 약 3334억 원에 불과하다. 회사는 좋은데 주가는 선전하지 못하는 K-주식의 한계의 이유는 대체 뭘까.

소유와 경영을 대부분 같이 하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 현실에서 대주주는 예외 없이 승계(상속 및 증여)가 주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 큰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고, 상장기업의 경우 100% 시장가격에 비용이 좌우되다 보니 주가를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특히 역사가 오래 깊은 기업으로 창업자의 다음 세대에 대한 지분승계가 가까워진 상장기업일수록 낮은 주가를 유지해야 할 요인이 커진다. 큰 비용의 투입으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에 나섰다 실패한 코스피 상장기업 신성통상도 그런 경우다. 신성통상은 1968년 1월에 설립돼 1975년 12월에 주식을 상장한 회사로서 의류 제조 및 판매, 종합도소매업 등을 주 영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염태순 대표이사 의장이 최고 경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봐야할 게 있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현재 염태순 의장의 장남이자 외아들인 염상원씨가 절대적 지분율(82.43%)를 확보하고 있다.

가나안은 1985년 7월 13일 설립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669-3에 본사를 두고 각종 가방류를 제조하여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이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가나안의 현재 지배구조는 이미 염 의장 등의 증여를 통해 2009년에 형성되었고, 염 의장의 장남은 15년 이상 가나안을 통한 신성통상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염 의장은 2020년 6월 30일까지 신성통상 주식 20. 21%를 보유하다가 2021년 본격적인 증여 절차를 시작했다{물론 가나안에는 꾸준히 지분을 넘겨왔다}. 염태순 의장은 2021. 6. 30. 기준으로 장남인 염상원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가나안과 딸들에게 신성통상 지분을 일부 증여했고, 2023. 6. 30. 기준으로 추가 증여를 마쳤다. 이에 2023. 6. 30. 현재 신성통상은 가나안(염상원)이 42.10%, 염혜영, 염혜근, 염혜민 등 세 명의 딸이 각 5.3%씩 보유하고 있고, 염태순 의장 본인의 지분율은 2.21%만 남겨뒀다.

신성통상의 최대 정점에 있는 가나안은 보다 일찍 증여 절차를 마무리했다. 염태순 의장은 장남이었던 염상원씨에게 2009년 본인과 부인이 보유하던 가나안 지분을 증여하였고, 이로써 염상원씨의 가나안 지분율은 82.43%가 되었다. 염태순 의장은 10%의 가나안 지분만 소유하고 있다.

신성통상 주주이자, 신성통장 그룹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에이션패션의 경우 아직 증여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았다. 에이션패션은 의류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1986년 6월 17일에 설립되어 폴햄, 폴햄 키즈의 브랜드를 가지고 직영점, 백화점 및 대리점 등을 통하여 판매하고 있다.

에이션패션은 2024년 6월 30일 현재 염태순 의장이 53.3%, 가나안이 46.5의 지분을 각 보유하고 있다. 가나안은 2013년 6월 30일 기준으로 기존 0%던 지분율을 27%로 늘렸고, 현재 46.50%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신성통상 및 가나안과 비교할 때 염 의장의 지분율이 아직까지는 높은 상태이다.

이렇듯 신성통상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오랜 기간에 걸쳐 승계가 진행되었다. 2021년 6월 448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체 자산 규모를 포함한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지금의 시가총액은 영업이익 2년 치에 달하는 3000억원 수준이다. 자본총계(자산+부채총계) 1조1676억 원과 비교할 때에는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개매수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에는 1600원 대로 주저앉았다.

전국에 걸쳐 대대적으로 탑텐 매장을 확장하는 비즈니스 거래 역량을 과시하는 한편 그 이면에서 염 의장이 보여준 자본거래의 대부분은 사실상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승계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추론할 수 있다. 그 결과의 하나가 일반 주주 계좌의 처참한 쪼그라듦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승계를 앞둔 기업에서 주가의 흐름이 부진한 것은 신성통상 뿐 만 아니라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우리나라 대부분 상장기업의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밸류업의 진정한 해답은 무엇일까. 극단의 경우 경영권까지 내놓을 수 있는 비용을 무시하고 주가를 부양하라고 밀어 붙이는 정책만이 정답은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 우리나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기업 밸류업'이 활발하게 논의 중인 가운데, 결국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방향은 일단 상속증여세율을 지금 논의대로 많이 낮추고 그 기준도 시가 의존에서 벗어나 공정 가치(fair value)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과거 소득세 누락에 대한 보완세라는 의미도 퇴색된 지금 불필요하게 높은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기업 밸류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승계를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편법을 찾아야 하거나, 그러지 않으려면 자연히 상장기업 대주주들은 밸류 ’다운(down)’ 하여 기업 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 증여세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춘다면 상장기업 대주주의 밸류를 떨어뜨리려는 욕구가 자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지금과 같이 왜곡되지 않고 진면목을 보일 것이다. 기업 실질적 성장 및 자산가치와 궤도를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밸류업의 본질이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