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9년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주요 은행의 투자부동산 증감 추이를 살핀 결과,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이 투자부동산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점포 폐쇄가 빨라지자 2016년 은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은행의 보유 부동산 임대 면적 규제를 완화했다. 일부 은행은 투자부동산을 늘려 임대수익을 쏠쏠히 챙겼다.

은행의 투자부동산이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가지고 있는 토지·건물을 의미한다. 영업점으로 쓰다가 점포 폐쇄 등으로 사용 목적이 바뀌면 회계상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한다. 은행의 보유 부동산(업무용·비업무용)에 대한 규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6년 크게 완화됐다.
과거 은행은 영업점 건물에서 점포와 임대 비중을 50대50으로 맞춰야 했다. 2014년 말 관련 업무용 부동산(영업점, 연수시설, 복지시설 등) 규제가 한 차례 완화돼 임대 가능 면적의 비중은 직접 사용 면적(점포)의 9배까지 늘어났다. 이후 2016년 7월 30일 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임대 가능 면적을 제한하는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법 개정 후 은행은 점포 면적을 줄이고 임대 면적을 늘리거나, 건물 증·개축을 통해 늘어난 면적을 임대할 수 있게 됐다. 매년 100~200개가량 은행 점포가 줄어들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경영 전략에 따라 탄력적·효율적인 점포 운영과 수익성 제고가 가능하다”라며 부동산 수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점포 폐쇄 후 처리에 관한 규제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점포 폐쇄로 비업무용 부동산이 될 경우 임대를 할 수 없고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했는데, 법 개정 이후 처분 기한이 3년으로 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임대도 할 수 있게 됐다.
규제가 완화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중·지방은행 10개(국민·농협·광주·경남·부산·신한·아이엠·우리·전남·하나은행)의 투자부동산 현황(연결 기준)을 살핀 결과, 9년 사이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부산은행이었다. 부산은행의 투자부동산은 2016년 840억 원에서 2024년 1903억 원으로 126.5% 증가했다. 특히 2016년 804억 원에서 2017년 1335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임대수익도 늘었다. 부산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투자부동산 임대수익은 2016년 9억 원에서 2018년 19억 원, 2020년 24억 원, 2022년 26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6억 원까지 늘어났다.
반면 같은 지방은행이지만 경남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의 투자부동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경남은행은 2016년 218억 원에서 2019년 300억 원까지 늘었다가, 2024년 298억 원으로 줄었다. 전북은행은 2016년 245억 원에서 2024년 119억 원으로, 광주은행은 126억 원에서 76억 원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주요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투자부동산 보유 추이도 주목된다. 대부분 투자부동산 규모가 5000억~6000억 원대에 달하는 가운데,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를 보여서다. 국민은행의 2024년 말 기준 투자부동산은 1250억 원으로 전년(3475억 원) 대비 64.0% 감소했다. 2016년(2579억 원)과 비교해도 절반 넘게 줄었다. 국민은행은 투자부동산을 2019년 4760억 원으로 늘렸다가 이후 3000억 원대를 유지했다.
국민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 토지 1729억 원어치와 건물 649억 원어치를 처분한 것으로 명시됐다. 다만 임대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국민은행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4년 임대수익은 68억 원, 2023년은 64억 원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개 시중 은행의 2024년 투자부동산 규모는 하나은행이 6770억 원으로 가장 컸고, 그 뒤를 신한은행(6213억 원), 농협은행(6113억 원), 우리은행(5231억 원) 순으로 이었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2016년부터 투자부동산 6000억 원대(각 6477억 원, 6751억 원)를 보유해 큰 변동 없이 이를 유지해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적극 규모를 키웠다. 2016년 투자부동산이 3585억 원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은 2019년(6176억 원)을 기점으로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2016년 5552억 원에서 이듬해 7862억 원으로 크게 늘렸고, 2021년에는 거의 8000억 원(7907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임대수익으로는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앞섰다. 우리은행의 임대수익은 2018년 51억 원에서 2019년 199억 원으로, 2022년에는 351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임대수익은 2018년 170억 원을 기록했다가 2020년 85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에도 102억 원에 그쳤다.
이처럼 은행마다 투자부동산 규모는 제각각인 반면 점포 폐쇄 속도는 비슷해 눈길을 끈다. 앞서 투자부동산을 늘린 부산은행의 경우 지점이 2016년 194개에서 2024년 138개까지 감소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투자부동산 규모를 줄였는데도 같은 기간 지점이 1005개에서 703개로 감소했다. 여기서 지점이란 수신 등 일부 업무만 가능한 간이 점포인 출장소가 아닌, 일반 점포를 의미한다. 은행권에서는 지점을 통폐합하고 일부를 출장소로 축소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는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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