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가 국내에 론칭할 전기차에 부과되는 관세(8%) 전액을 본사에서 부담할 예정이다. 딜러의 마진을 높여 국내 판매를 촉진하고 차량 가격을 낮게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시장에 최초 출시할 차종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아토3’로 최종 확정됐다.
12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비야디는 승용 전기차의 판매를 담당할 국내 6개 딜러사에 공급하는 차량 원가에서 수입관세(8%)만큼 할인해주기로 했다. 줄어든 관세의 일부는 딜러사가 판매 마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 입장에서는 통관 및 물류 비용으로 국내 차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딜러사 인센티브 확대로 판매 유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비야디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여올 차종은 대부분 과잉생산 모델로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중국 본사가 수입관세는 물론 유통·물류비도 일정 부분을 줄여주는 대신 딜러들에게 판매 마진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밀어내기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야디의 이 같은 보조금 전략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장벽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입관세 8%에 유통·물류비가 추가로 들더라도 비야디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출고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시장 침투율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39%까지 확대됐고 올해는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수출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비야디가 한국의 출고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할 경우 중국 내수 판매 가격과 통관, 물량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이 피해를 신고할 경우 반덤핑 등 무역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16일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알리는 브랜드 출범 행사를 열 예정인데 아토3를 국내 첫 출시 차량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현재 국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비야디 차종은 4개(돌핀·아토3·실·시라이언7)로 당초 시장에서는 돌핀을 포함한 3종이 동시 출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비야디는 인증 진행 과정과 국내시장의 수용성 등을 고려해 아토3부터 내놓기로 했다. 아토3의 국내 출시 가격은 3000만 원 중반대가 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차량은 재활용률이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올해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규정에 따라 국내 차량보다는 적은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00만 원대의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돌핀은 주행거리 인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초기 출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상온과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과 기타 주행 환경 등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진다”면서 “하지만 그 차이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되는데 돌핀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