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광고나 홍보 모델은 사람들이 설득되도록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평판이나 이미지, 브랜드 효과도 좋아야 한다. 공공기관이든 민간 기업이든 눈에 띄는 광고나 홍보 모델 덕분에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돌 그룹을 광고 모델로 세우는 것이 대세를 넘어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진다. 특히 사람이 아니어서 더 주목받는 것이 바로 버추얼(가상) 아이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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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빼빼로와 협업한 제품은 완판되고 2차 상품까지 출시됐다.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은 찜닭 세트의 광고 모델로 등장해 좋은 실적을 이끌었다.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Naevis)’는 서울디자인 2024 홍보대사, 칠성사이다의 캠페인 모델이 되었고, 11인조 생성형 AI 걸그룹 ‘이터니티’는 부산단편국제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다.
가상 아이돌이 모델로 기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10~20대의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신선함과 그들을 향한 호기심이 주목을 불러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적용도 한몫하는 듯싶다. 대한민국 최초 버추얼 보이그룹을 표방한 플레이브는 3D 그래픽 기술 ‘언리얼 엔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밀한 얼굴 표정이나 몸짓은 물론 감정표현까지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을 기본으로 해 친근함을 더해진다. 가상 캐릭터라는 점을 확실한 정체성으로 하면서 만화 주인공의 느낌을 강화한 셈이다.
나이비스는 인공지능 보이스로 자연스러운 음성을 제공하는 한편 외모나 움직임은 초현실적 비주얼을 자랑한다. 인간보다 더 사실적인 느낌을 주려 했단다. 세계 최초의 K팝 11인조 AI 아이돌 그룹을 내세운 이터니티는 생성형 AI 솔루션 ‘딥리얼 라이브(DEEP REAL LIVE)’에 기반한다. 사람의 실제 몸에 얼굴만 인공지능의 생성 캐릭터를 결합했다. 기획형 아이돌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만나 팬들이 바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성형돌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법했다.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세계아이돌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해 화제성을 높였다. 메타버스 공간에선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 차별화도 될뿐더러 제작과 운영 과정의 비용을 줄여 효율성이 높아진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학습의 속도와 양이 늘어나고, 더 자연스럽게 활동하며 세계 팬들과 소통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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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상 아이돌에 관심을 두는 게 이런 이유만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캐릭터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플레이브가 지난 3일 내놓은 세 번째 미니앨범 ‘Caligo Pt.1’는 초동(발매 첫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이 103만 장을 돌파했다. 2022년 데뷔 앨범으로 초동 2만 7000장을 기록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2025년 보이그룹으로는 처음이고, 가상 아이돌 성적 가운데에서도 최고다. 더구나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모두를 음원 차트 1위에서 5위까지 ‘줄 세우기’ 했다. 전체 발매 곡 기준 누적 스트리밍도 10억을 기록해 멜론의 전당 ‘빌리언스 클럽’에 입성했다. 연이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팬덤이 확실하게 구축됐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다. 음악적 수준이 만족할 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것이 작용했다. 팬들은 플레이브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아 ‘자체 제작형 아이돌’의 면모를 갖췄다는 홍보에 거부감이 없다. Z세대는 실제 누가 음악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이돌이 진짜 사람이 아니더라도 문화적 기호와 음악을 즐길 때 만족도가 크면 그만이다. 완성도와 만족도에서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선보인다는 점이 주효했다.
보통 가상 아이돌은 ‘사고’를 치지 않기 때문에 소속사가 좋아한다고 하는데, 인간 아이돌보다 덜 소모되는 비용을 음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후의 버추얼 아이돌은 음악을 넘어 팬들의 삶을 반영하고 동반 성장하는 소통을 지속하는 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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