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해외계열사를 통한 세번째 순환출자를 감행한 끝에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영풍(000670)·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탈법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정기주주총회 효력 정지를 위한 법적 조치 돌입에 재차 나설 전망이다. 기존 12대1의 이사진 구도가 11대4로 재편됐지만,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분위기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박기덕·김보영·권순범·제임스 앤드류 머피·정다미 등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 5명이 모두 선임됐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측 인사 중에서는 권광석·강성두·김광일 이사 등 3명만 선임됐다.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도입된 집중투표제가 적용됐고, 영풍이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최 회장 측이 우세한 결과를 거뒀다.
영풍·MBK는 이번 정기주총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하고 지난 임시주총 때처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전날 나온 법원의 영풍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기각 방침에 대해서도 즉시항고 조치를 취하는 등 최 회장측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영풍·MBK는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서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MBK는 향후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이사회 진입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앞선 지분율에도 이사 수 상한 정관변경으로 인해 MBK측의 이사회 과반 차지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 수 19인 상한 설정 정관변경의 건’이 가결돼 총 8명의 이사를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선출했다. 최 회장 측은 기존 임기가 남은 이사 5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이사진을 확보하면서 과반을 장악했다. 반면 영풍·MBK는 기존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총 4명의 이사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 1월 임시주총을 통해 선임된 최 회장측 이사 4명은 법원의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나머지 1자리인 현대차 측은 중립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날 주총은 영풍그룹 내 순환출자가 해제되고 재형성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은 끝에 기존 예정시간인 오전 9시를 넘겨 오전 11시 34분 개의했다. 앞서 이달 27일 영풍은 신주 배당을 통해 이번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아래로 떨어뜨렸다. 상호주 관계를 끊기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주총 시작 전 장외 매수로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재차 높이며 상호주 제한이 또다시 적용됐다.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이 보유중이던 영풍 보통주 1350주를 SMH가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가 재형성됐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자 전장 대비 8.70% 내린 76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점에 많은 주주와 국민들께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