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을 다시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송병훈)는 23일 오전 이 전 대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등의 특정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등 사건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법관기피 신청을 하면서 재판이 중단된 지 4개월여만의 재개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 전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는 물론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측에 “객관적 사실에 따라 공소장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이화영이 이재명 승인 아래, 이재명이 승인했다는 내용이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승인했다는 것이냐”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이 “직접 증거가 아니고 경기도 내부 진행된 사업의 논의 방식 보고 과정 등에 비추어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법원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 이재명이 그 부분을 승인했다는 법률적 평가로 볼 수 있다는 의미냐”고 되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어 “어떤 행위에 대한 법리적 행위에 대한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 사실관계에 맞춰서 공소장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과 검찰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 중 생성한 수사보고서 열람 등사를 거부했다”며 “충실한 변론과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서라도 관련 자료 열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내부 보고서를 봐야 (공소사실 및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겠다는 것은 신종 재판 지연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대북송금 관련 사건을) 검찰이 쪼개기 분리 기소한 건 공소권 남용”이라고 재차 주장하며 “검찰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분리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따른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악의적 분리 기소는 근거가 없는 주장이고, 별도 심리도 필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 측의 수사보고서 열람등사 허용 신청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판단하겠다”며 분리 기소 주장에 대해선 “다른 사건에서도 석명을 한 적이 있다. 그 사건을 보고 이 사건에서도 심의할지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전 회장 측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경기지사 시절 쌍방울 측에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대납시켰다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특정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협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도 이때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 억대의 뇌물 및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다음 재판은 내달 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