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주자 탐구
1986년 5월 6일 늦은 밤. 한 젊은 여성이 잠실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었다. 그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목적지를 올려다보던 바로 그 순간, 그곳에서 고성과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곧이어 발코니를 통해 한 사람이 나오더니 물받이 통을 붙잡고는 옥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문수(이하 경칭 생략)였다.
‘들통났구나.’
그를 지켜보던 그 여성은 한밤의 활극에 놀라 뛰쳐나온 아파트 주민들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고는 단지 내 수퍼마켓에 들어가 몇 가지 물건들을 고른 뒤 비닐봉지에 담아 나왔다. 영락없는 주부의 외양이었다. 그가 변장을 마쳤을 때 김문수를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줄줄이 끌려나왔다. 그들은 곤봉 세례 속에 닭장차에 실린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사이 주부로 변장한 그 여성은 조금씩 단지를 벗어나더니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그 여성은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핵심 간부였던 심상정(전 정의당 대표)이었다. 그는 원래 서노련 지도위원 김문수가 ‘5·3 인천항쟁’ 주도 혐의로 그날 잡혀갔을 때 연행자 무리에 함께 포함됐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다른 급무 때문에 ‘지각’하는 바람에 천만 다행히도 함께 잡히는 신세를 면했다.
그때 ‘송파 보안사’로 끌려간 김문수는 바로 그 심상정의 소재를 추궁당하면서 ‘통닭구이’ 고문, 물고문, 전기고문 등 갖은 고문을 당했지만 끝내 동지의 소재지를 불지 않았다.
김문수가 밤새 고문당하던 바로 그 순간, 그 옆방에 유시주(전 희망제작소 소장)가 있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교사 생활을 하다가 가리봉전자에 위장 취업했던 당시 24세의 그 여성 해고 노동자는 그날 잠실 아파트에서 함께 연행됐다. 그 역시 물고문을 당하면서 옆방에서 들려오는 김문수의 절규를 들어야 했다.
그들의 가족은 남편과 동생이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른 채 애태워야 했다. 간신히 ‘송파 보안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일제히 그곳으로 달려가 철문을 흔들며 “우리 가족 내놔라!” “왜 보안사에서 민간인을 연행했느냐!”고 항의했다. 그중에 김문수의 부인 설난영이 있었다. 그리고 유시주의 오빠 유시민(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있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10년 5월 20일, 그때 그 사건에 함께 얽혔던 김문수, 심상정, 유시민이 한 방송국 스튜디오에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