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첫 ‘조기경보기’ 작전수행 가능할까…“골판지 드론 레이더에 안 잡혀”[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03-28

북한이 적군의 동향을 탐지해 아군의 공중작전을 통제·지휘하는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27일 처음 공개했다. 외형 상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을 모방한 ‘북한판 A-50’으로, 각 부분별로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 각국의 기술을 모방해 개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비행장면을 통제실에서 바라보거나, 직접 공중경보기에 탑승해 그 안의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이다. 공중조기통제기 내부에는 한반도 지도를 담은 모니터 화면도 나온다. 사진 속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러시아의 일류신 수송기에 중국의 조기경보통제기와 유사한 형태의 레이돔이 올려 진 형상이다.

주목할 점은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의 관련 보도에는 사진을 제외하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언급하는 기사가 한 문장도 없었다. 북한은 지난 8일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현황을 공개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도 핵추진 잠수함의 전체가 아니라 밑동 부문만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 무기체계의 공통점은 핵추진 잠수함이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나 러시아, 중국 등 외부의 지원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무기라는 점이다.

공개된 사진만 보면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 건조가 됐는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는지 설명이 없어 진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등 자체로 개발한 무기에 대해서는 장황한 설명과 심지어 영상 공개 등 김 위원장의 성과로 대대적인 선전을 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라 과연 이들 최신의 무기체계가 제대로 작동을 할 수 있는지 군 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처음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로 보이는 정찰자산에 대해 “굉장히 둔중하고 또 요격에도 취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오늘 (북한이) 공개한 조기경보기는 정상 운영 중이나 효용성 측면에서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며 “정확히 지금 어느 상태에 있는지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조기경보기는 공중 지휘통제 체계를 탑재해 조기 경보, 항공기 통제, 전장 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다. 하늘에 떠 있으면서 위협이 될 이상징후를 발견하면 이에 대응할 전투기를 지휘하는 ‘하늘의 지휘소’로 불린다.

조기경보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스웨덴, 이스라엘, 브라질 등 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도 2011~2012년 조기경보기 이(E)-737 ‘피스 아이’(평화를 지키는 눈) 4대를 미국 보잉사에서 사들였다. 국내 개발을 하기엔 첨단기술이 필요하고 비싸기 때문에 아직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 공군은 피스 아이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대가 교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1대는 예비기, 1대는 교대 정비를 한다. 피스 아이 1대의 체공시간이 8시간 정도로 2대가 교대로 비행하면 하루 16시간 공중 감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중 위협에 대비해 24시간 공중 감시 능력을 갖추려면 조기경보기 4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3년 5월 조기경보기 4대를 3조 900억 원을 들여 2031년까지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조기경보기 8대를 갖춰야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 형편을 감안하면 우리와 같은 수준으로 구축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대만으로는 정상적 작전 운용과 공역 통제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기경보기를 활용하려면 아군 전투기들과의 연계 시스템이 가장 필요하다. 조기경보기가 적을 발견해도 이를 아군 전투기에 바로 알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경보기가 적 전투기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국 전투기에 격추하라고 알려주는 시스템이 ‘데이터 링크’다.

하지만 북한에 데이터 링크 기술이 있는지 불확실한데다, 북한 전투기 중 가장 최신 기종인 미그-29는 1980년대 후반에 도입된 기체여서 조기경보기와 데이터 링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만들더라도 이를 전투기와 연계시켜 실제 작전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북한 통제기의 내부 임무 콘솔은 가로로 배치됐는데 이는 인도의 A-50EI와 같은 방식이고, 세로 형태인 러시아 A-50과는 다르다. 북한이 유사 기종을 운용하는 러시아 중국 등 각국의 기술을 모방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기사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온전히 자신들의 기술로 완성한 무기체계가 아니고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도 북한 공군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본격적으로 작전 운용할 경우 제한적이나마 한국 공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원형이며 원 안에 삼각형이 그려졌다. 삼각형은 세 방향을 각기 고정 감시하는 레이더가 내부에 배치됐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고정형 레이더는 돌아갈 때 뒷면의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 회전형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보통의 군용기에 들어가는 레이더보다 훨씬 큰 이런 종류의 레이더는 출력과 탐지 거리가 월등하며, 상대 공군의 움직임을 넓은 범위에서 탐지하고 공중 작전을 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군 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조기경보기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도 북한은 위상배열레이더 기술을 이미 확보해 지대공 미사일과 신형 전투함 등에 탑재하고 있다. 극비가 요구되는 전략자산이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뿐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전투임무기의 노후화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간 조기경보 및 전자전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전력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북한에 이번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실체가 공개된 것은 현대적 의미의 공중전을 치를 수 있다는 의미라 주목된다.

북한이 공개한 자폭 무인기 타격시험에 우리 군 장비와 비슷한 형태의 목표물이 동원된 것은 무인기의 인공지능(AI)에 한국군 장비의 형상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무인기 타격에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엘샘) 발사 차량 등 한국군 장비를 모방한 표적이 등장했다. K1 전차 및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닮은 표적도 나왔는데, 골판지 드론으로 추정되는 자폭 무인기가 이들 타깃을 공격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북한의 자폭 무인기가 학습된 최신 이동식 발사차량( TEL), 대포병레이더 등 한국군 장비 및 주한미군 장비를 모방한 표적 타격 시험을 하고 있다며 이들 외형을 식별해 자율공격이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 의원은 특히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골판지 드론의 장점을 활용해 한·미의 대공방어 시스템을 벌떼 공격으로 무력화하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사시 한국군 천궁, 천궁-Ⅱ 등 대공레이더시스템과 전방지역 대포병 레이더 등에 대한 북한 무인기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수직이착륙 쿼드콥터 등 다양한 폭탄 투하 드론 시험도 이번에 공개됐다. 수직 이착륙 쿼드콥터에서 폭탄을 투하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장면도 전날 공개돼 다양한 종류의 공격 드론을 개발 중인 점을 드러냈다. 북한의 폭탄 투하 공격 드론은 처음 공개된 것이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여러 발의 폭탄을 탑재해 건물 등 공격용으로도 개발하는 중”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 드론 전투사례를 모방해 다양한 공격 드론을 개발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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