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5. 12.
구독하기 ┃ 협업 제안·문의
CONTENTS
오늘의 점선면 | '주 4.5일제'의 빛과 그림자
구독자 참여 이벤트 | 내가 바라는 공약은?
오늘의 브리핑 | '미국 출신' 교황, 트럼프에 맞설까 외
밑줄__ | 엄마의 자전거
뷰파인더 | 마지막 달동네

[대선특집①] '주 4.5일제'의 빛과 그림자
6·3 대통령 선거를 3주가량 앞두고 오늘(12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됩니다. '슬기로운 유권자 생활' 준비되셨나요? 점선면은 선거 관련 이모저모를 전해드리는 '대선특집'을 준비했어요. 공약 검증, 후보 인물탐구, 소수정당 동향 등 대선 소식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 오늘 첫번째 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주 4.5일제'입니다. 국민의힘도 똑같이 주 4.5일제를 약속했는데요. 양당의 공약은 어떻게 다르며 현실화 가능한 것인지 점선면이 살펴봤습니다.

📌점 사실들 : 양당의 주 4.5일제 약속, 무엇이 다를까
먼저 이 후보의 주 4.5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주 4일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는데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확실히 지원하고,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온 포괄임금제를 손질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꺼내든 주 4.5일제는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아주 다릅니다. 월~목요일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 일찍 퇴근하는 방식입니다. 즉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은 유지하되 유연하게 근무하자는 것이죠.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없는 셈입니다. 일하는시민연구소는 국민의힘의 주 4.5일제를 두고 "유연 근로 형태의 4.5일제는 노동시간 은폐 효과가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선 맥락들 : 주 4일제 도입하니 "임금 깎여도 행복"
주 4.5일제, 과연 현실화 가능할까요. 주 4.5일제를 실제로 도입한 국내 기업들이 있긴 합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형태의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육 기업 에듀윌도 주 4일제를 도입해 각자 원하는 요일을 골라 쉴 수 있게 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도 2023년부터 간호사 5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주 4.5일제의 장점은 무엇보다 삶의 질 향상이겠죠.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교대근무 등으로 인한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3년 미만 간호사 평균 퇴사율이 34.2%에 달했지만, 주 4일제 시범사업 시행 이후 퇴사한 간호사가 전혀 없는 병동도 나왔다고 해요. 임금을 10% 삭감하는 조건으로 도입했지만, 설문조사 결과 행복도는 더 커졌습니다. 친절 건수가 1.5~2.6배 증가하고, 수면장애(26.1%→13.6%)와 근골격계 질환(34.8%→18.2%)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외에서의 실험 결과도 비슷했어요. 아이슬란드가 전체 노동인구의 1%를 대상으로 2015~2019년 시범적으로 주 4일제를 적용한 결과, 노동자 건강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생산성은 유지됐고요. 스웨덴에서도 2014년부터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했더니 질병 휴가 감소, 노동자의 행복감 상승 같은 효용이 나타났다고 해요.
🗺️면 관점들 : 누구는 쉬고, 누구는 일하고…'노동 양극화'는 과제
2023년 기준 OECD 연평균 근로시간은 1742시간이고, 한국은 1874시간입니다. 회원국 평균에 도달하려면 132시간을 더 줄여야 하는데요. 노동시간 단축은 분명 필요합니다.
문제는 근로소득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간호사 전체로 주 4일제를 확대하려면 임금을 최대 30%까지 삭감해야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한 재원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소득 감소 없이 주 4일제를 확대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예요.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주 4일제 정책 도입 시 발생할 임금소득 차이,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역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충분한 임금소득을 버는 대기업 등 노동자와 달리 임금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을 중소기업 등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함께 가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은 주 4.5일제 도입을 꺼리게 되고, 결국 소수 대기업 노동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지난해 5월, 과로로 사망한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 정슬기씨는 배송을 독촉하는 사측에 문자메시지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주당 평균 63시간을, 그것도 밤을 꼬박 새우며 일했어요.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국가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최저선보다 못한 노동"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노동 양극화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어요. 대선 후보들의 '짧은 노동' 비전 제시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유설희 기자


🗳️점선면 독자가 꼽은
이번 대선 주요 의제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6월3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후보들이 저마다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독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마음에 쏙 드는 약속도 눈에 띄겠지만, "이런 건 왜 하지?" "왜 이런 건 없지?" 싶은 부분도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거친 표 경쟁 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가려지지 않도록,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이 그 목소리를 모아보고자 합니다. 독자님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의제가 가장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선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기를 바라시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점선면 독자님의 소중한 의견은 점선면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에 반영합니다. 채택된 의견을 내주신 독자님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대선 의제 제안하러 가기



선거전 뛰어든 '탄핵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선거 운동을 시작했어요. 11일 페이스북에 "자유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그 생사의 기로에 선 선거"라며 "이제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논란이 이날 일단락되자마자 선거전에 뛰어든 셈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오늘(12일), 3주 만에 재개하는 내란우두머리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합니다. 최근 법원 결정에 따라 앞선 재판처럼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하지 않고, 지상출입구를 통해 출석할 예정이에요. 취재진 앞에서 공개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돌고 돌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국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로 11일 최종 확정됐어요.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는 안건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친 결과,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단 한 시간(오전 3~4시) 동안 새 후보자 등록을 받아 한 전 총리가 단독 입후보하게 했는데요, 이 비상식적 절차를 승인받기 위해 실시한 당원 투표가 되레 이 절차를 막은 셈입니다. 한 전 총리는 출마 선언 8일 만에 대선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단일화 논란에 담긴 맥락과 의미를 알고 싶다면: 점선면 레터 국민의힘 단일화 논란 뭐길래
'미국 출신' 교황, 트럼프에 맞설까
새 교황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는 1955년 미국 시카고 태생이지만, 20년 넘게 페루에서 선교 활동하며 페루 시민권도 취득했습니다. 안데스산맥 오지 마을을 자주 찾은 그는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처럼 '낮은 곳'을 바라보는 성직자로 평가받아요. 교황명도 19세기 말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공동선을 강조한 교황 레오 13세를 계승한다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레오 14세는 트럼프 행정부 이민 정책에 비판적이라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임신중지·동성혼 등에선 정통 가톨릭과 같은 보수적 입장이라고 알려졌어요.
➡️교황 레오 14세의 생각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경향신문 기사 자신은 낮추고, 노동은 높인 새 교황
일본행 막을 수 없던 고려 불상
충남 서산 부석사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도로 일본으로 보내졌어요. 1330년 고려시대에 제작돼 1378년 왜구가 약탈해갔는데, 2012년 절도범이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다음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지만, 2023년 대법원은 일본 측 소유권을 인정했어요. 647년 만에 돌아온 불상은 지난 1월24일부터 100일 동안 일반에 공개된 후 일본 대마도로 돌아갔습니다.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은 "약탈된 문화재는 적어도 제자리에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어요.

"나는 20대보다 더 빈곤한 30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통장 잔액은 그때보다 많아진 것 같지만, 지금부터 방황하게 될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날들을 생각하면 얼마가 있든 부족했다. 불안의 진폭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사람들이 죄다 어떻게 살아 있는지 의문이었다."
- 양다솔 작가 칼럼 <엄마의 자전거> 중에서
30대인 양다솔 작가의 어머니는 하루 3시간짜리 어린이집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지인들은 몇 년째 취업준비를 하거나 비정규직을 전전합니다. 작가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습니다. 불안정 노동이 표준("지극히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이 돼 가는 2025년 한국. 작가는 "매 순간 일하고 있어도 숨통이 조여오는 듯"한 불안에 "사람들이 죄다 어떻게 살아 있는지 의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어머니를 위해 빨간 자전거를 주문합니다.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존엄이 눈앞에 싱그러운 토마토처럼 일렁입니다.
🔗 [문화와 삶]엄마의 자전거




📸 by 정지윤 선임기자
마지막 달동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린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백사마을이 지난 8일부터 철거되기 시작됐습니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청계천 등에서 도심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주거지였어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집세가 저렴한 곳을 찾던 사람들이 이주하며 도시 빈민의 둥지 역할을 했습니다. 백사마을 터에는 약 3000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 고양이만 남았다

최근 점선면팀에 대선 후보들의 공약·정책을 비교하거나 분석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독자님이 많았어요. 그런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한 대선특집 그 첫번째 편, 어떠셨나요? 독자님의 피드백은 더 나은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데 늘 큰 도움이 됩니다. 내가 바라는 공약은? 이벤트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점선면팀은 늘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오늘 레터는 어땠는지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의견 남기러 가기
구독하기 | 지난 레터 모아보기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광고·기타 문의 letter@khan.kr | 02-3701-1291
서울 중구 정동길 3 6층 편집국 뉴콘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