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 선사들의 모임인 한국해운협회가 포스코그룹의 HMM(011200) 인수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 세금으로 재건돼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해야 할 HMM이 포스코그룹의 자가화물 수송보조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데다 자칫 철강산업이 부진할 경우 HMM이 또 다시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운협회는 11일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 성명을 내고 "포스코그룹이 HMM 인수가 성사되면 컨테이너선 분야의 해운 전문 경영이 불가능하고 기존 선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해운산업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해운협회가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우선 HMM이 해운 전문 기업이 아닌 포스코그룹의 주력인 철강 산업의 보조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운협회는 "철강산업이 어려워질 경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의해 정부와 업계가 어렵게 회생시킨 HMM이 희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HMM 인수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컨테이너선 운영은 철강 물류비와는 관계없는 생소한 분야"이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컨테이너선 분야의 해운전문 경영이 불가능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컨테이너선 전문 기업인 HMM에 철광석을 비롯해 철강제품 수송까지 확대할 텐데 이럴 경우 국내 기존 선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해운협회는 "우리나라 해운산업 근간이 와해됨과 동시에 우리나라 수출입업계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특히 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이 과거 직접 해운사를 운영할 때의 실패를 거론하면서 포스코그룹을 압박했다. 협회는 "포스코가 거양해운을 운영하면서 원료 및 제품을 수송하였지만 결국 자가화물 운송업체(Industrial Carrier)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해 한진해운에 매각됐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벌크선사가 퇴출됐고 포스코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협회는 브라질 발레사의 예를 들면서 대기업이 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하여 성공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직격했다. 또 정부도 해운법을 통해 사실상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고 정부의 제3자물류 육성정책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2년 4월, 우리 협회와 포스코플로우는 국적선 수송 확대 노력,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준수, 합리적인 입찰계약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겠다는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며 “불과 3년 만에 HMM을 통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해운업계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줄 이번 결정을 전면 철회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