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적대적 M&A 1년, 명분은 허울 뿐 '상처'만 남겼다

2025-09-10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두 번의 대규모 공개매수와 또 두 번의 주주총회가 있었고 양측의 끊임없이 공방전이 펼쳤다. 지금까지는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현경영진이 수성에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적대적 인수합병(M&A)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여러 사회적 논란 속에서도 고려아연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영풍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쟁이 시작된 1년 전과 비교하면 애초 MBK·영풍이 내건 명분은 모두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남은 것은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MBK·영풍의 공격과 고려아연 방어 뿐이다.

1년전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과 전쟁을 선포하며 내건 명분은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였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보여준 행보는 이러한 명분과 거리가 멀다. 지속적인 공격과 소송으로 기업 가치는 갈수록 악화되고, 적대적 M&A 방어 비용은 늘어만 갔다. 더 큰 문제는 기업과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르고 있고 가중되고 소송 남발로 이사진은 물론 경영진에게 큰 부담을 주면서 회사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사이에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 말까지 발생한 경영권 분쟁 소송은 2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 2월 MBK·영풍 연합이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결의취소 청구 소송, 올 5월에 낸 정기주주총회 결의취소 청구 소송, 6월에 영풍이 재항고한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사건 등 5건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법적 분쟁이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경영진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중 갈등 속 전략광물 등 한미협력과 공급망 역할마저 제기능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적대적 M&A를 방어하면서 재무구조가 단기간 악화되는 후유증도 겪었다. 2024년 9월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를 진행하자 고려아연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다. 같은 해 10월 고려아연은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자사주) 204만여주를 사들였는데 취득 금액만 1조8,156억원 규모였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고려아연은 사모사채 1조원, 기업어음(CP) 4,000억원 등의 발행으로 외부자금을 조달했다.

적대적 M&A를 막아내느라 고려아연의 차입부담은 과거 대비 한층 심화됐다. 2024년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4조713억원으로 2023년 말 4,107억원과 견줘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5.8%에서 83.2%로 67.4%포인트 상승했고 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4%에서 33.2%로 29.2%포인트 올랐다.

다만 고려아연 최근 호실적과 높은 신용을 바탕으로 재무 부담을 점차 낮춰가고 있다.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올 6월 말 3조7,453억원으로 반년 새 8%(3,259억원) 줄었다. 부채비율 또한 작년 말 83.2%에서 올 상반기 말 69.2%로 14%포인트 하락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려아연은 올 4월에 공모채를 발행해 7,000억원을 조달하면서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발행했던 사모사채를 모두 상환했다. 공모채 금리는 3% 초반으로 책정돼 사모채 금리 6.5%와 견줘보면 이자비용도 절감했다.

신용평가 전문기관 한국신용평가는 올 6월 고려아연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기초금속, 귀금속, 희소금속(전략광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뒷받침하고 견조한 이익창출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차입금 상당액을 실질 상환부담이 낮은 원재료 매입 관련 공급자금융약정이 차지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표 대비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적대적 M&A의 또 다른 부작용은 임직원들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고려아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인 언론 노출과 주변의 우려가 증가하면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72.8%(855명)로 집계됐다.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59.6%(700명)에 달했다.

2024년 12월 고려아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설문조사에서는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고용·급여·복지 등 근로조건의 악화(18.6%), 인력감축·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대립(16.3%)이 우려된다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76%로 1차 설문조사 72.8% 대비 3.2%포인트 높게 나왔다.

뚜렷해진 ‘MBK와 영풍’의 한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온갖 법정 다툼과 공방, 그리고 여론전과 2차례의 주총을 거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양측의 분쟁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MBK·영풍 측이 다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분쟁 2라운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1년 전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MBK·영풍은 최근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 현경영진의 법적리스크와 당국의 조사 등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한미협력과 공급망 등 국익 차원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보폭을 확대하고 있고, 이를 통한 우호적 여론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 전략광물을 공급하기로 MOU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미중 갈등의 핵심인 전략광물과 희소금속, 나아가 희토류 분야로까지 고려아연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고려아연 분쟁 외에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와 롯데카드 해킹 사고 등 MBK와 영풍 측의 리스크가 한층 커지면서 명분은 약화되고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와 시장에 따르면 MBK의 최대 아킬레스 건은 홈플러스 사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월 초 MBK는10년 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 홈플러스를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했다.

특히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도 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비판 속에 검찰이 칼 끝을 겨누고 있고, 금감원 역시 재조사에 나서며 MBK를 압박하고 있다.

MBK를 향한 비판이 커지는 이유는 지속적인 약속 미이행과 임기응변식 대응, 말바꾸기에 기인한다.

국회와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약속을 저버리고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에도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하며 애초 얘기와는 다르게 이른바 먹튀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역시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 속에 최근 홈플러스가 폐점과 무급휴직까지 공식화되면서 노조와 노동계를 넘어 정치권 등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MBK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에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보보안 취약점을 드러내며 해킹 사태에 휘말렸고, 앞서 홈플러스와 롯데카드간 부당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각종 딜 과정에서 거버넌스 개선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MBK 명분이 크게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에서는 경영능력 대신 이익회수능력만 극대화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MBK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한 이후 약 5년간 IT보안 자체 감사를 딱 한 차례만 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과 삼성 등 다른 카드사들이 최소 3회 이상 한 것과 대비된다. 보안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중요한 영역에 대한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여긴 것이다. 그 결과는 약 8년 전 지목받은 보안 취약점을 개선하지 않아 대규모 인재(人災)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MBK는 롯데카드와 조좌진 대표이사 뒤에 숨어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결해야할 현안과 문제가 산적한데도 이에 집중하는 대신 영풍과 함께 또 다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은 정치권과 노동계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며 “시장의 업계의 신뢰를 크게 잃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MBK와 손잡은 영풍 역시 사정이 복잡하다.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한 지난 9월 이후 과거 폐수 유출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58일간 조업을 중단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 무렵에 황산가스 경보기를 끈 채 조업을 한 게 적발돼 환경부로부터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영풍의 반발로 현재 행정처분 이행이 미뤄지고 있는데, 영풍은 봉화군의 토양정화명령을 올해 6월 말까지 이행하지 못해 추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제재로 영풍은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5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별도기준 영업손실도 1434억원으로 전년동기 영업손실 6억원보다 200배 이상 늘었다. 영풍 최대 사업장인 석포제련소가 환경오염 제재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39.4%로, 석포제련소가 본격 가동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대규모 손실은 영풍이 고려아연의 배당에 또 다시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현금 창출 여력이 없는 영풍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의 배당으로 운영자금과 투자재원을 충당해야하는 상황이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 현경영진은 일단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지만, 불리한 지분구조에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적대적M&A 부담은 여전히 상당하다. 호실적을 통한 기업가치 개선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비용과 배당정책 등 내년 주총을 앞두고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일단 시장에선 심각한 업황 부진 속에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능력에 점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6582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상반기 매출액을 기록했다. 기존 제련사업 가운데 전략광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데다 MBK·영풍 측이 2022년 말 최 회장이 취임 이후 세운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부문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지만, 자원순환을 비롯해 신사업 부분에서 최근 회사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커지면서 관련 비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적대적M&A 방어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선제적으로 전체 소각하기로 하는 등 새 정부의 정책이 나오기전 선제적으로 밸류업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중갈등을 비롯해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 커지는 존재감도 최윤범 회장 측에겐 호재다. 전략적으로 생산량을 늘려온 안티모니를 비롯한 전략광물은 중국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유일 전략광물 공급기업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최근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의 세계 1위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에 전략광물 게르마늄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미국이 필요로하는 제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급망 차원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에 드리운 홈플러스, 롯데카드 그림자

영풍과 손잡은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과정에서 일부 자금의 차입매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영풍과의 경영협력계약에 따른 고려아연 처리방식에 놓고 의구심이 여전히 상당하다.

일각에선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국가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 등의 역효과 가능성이 대두되는 한편 홈플러스 사태로 확인된 핵심자산 매각 등 차입매수(LBO) 후유증이 고려아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사모펀드 규제와 국가기간산업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MBK가 외국인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모펀드라는 과거 논란을 넘어 최근 주요 당국자 입에선 MBK는 해외자본이라는 평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한 중국자본과 중동자본 등 출자자 대부분이 해외자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자본의 은밀한 침투 속에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시도가 국가핵심기술 등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과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임박한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헤마타이트 공법) 외 안티모니 생산 기술 등 공급망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산 필수소재 안티모니, 디스플레이 산업에 쓰이는 인듐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만큼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국내외 핵심광물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시각도 형성돼 있다.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를 계기로 탈중국 공급망 형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경제안보 차원의 역할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8월 고려아연은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하고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해저 망간단괴 관련 기업의 지분 투자를 비롯해 공급망 차원의 역할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MBK·영풍 측은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각종 투자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장치는 사실상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호주, 유럽 등 각국이 국가핵심기술이나 기간산업, 공급망 차원의 주요 기업이나 기술, 자산을 철저히 보호하려는 노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외국자본이 국내법인이나 사모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형태에 대한 규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외국인 판단 기준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의 차입매수에 따른 상환 부담을 경계하는 시각과 함께 MBK가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차입매수 전략을 반복했다는 견해가 국회 등 정치권과 노동계에 형성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7개월간 MBK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 1조5,657억원 중 75%인 1조1,775억원을 NH투자증권 담보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상환 부담이 고려아연으로 떠넘겨지면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핵심자산이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형성된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를 규제하는 입법 추진이 이어졌다. 올 6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사모펀드의 차입한도를 원칙적으로 순자산액의 400%에서 200%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올 8월 자본시장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묶어 'MBK 사모펀드 규제법'을 발의했다. 자기자본의 4배까지 가능한 차입한도를 2배로 제한하고 투자내역, 차입규모, 보수체계 등 사모펀드 운용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투자를 결정할 때 ESG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핵심광물 허브’ 고려아연…MBK는 청문회, 영풍은 환경리스크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겨냥해 적대적 M&A를 추진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양측의 명암이 엇갈리고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위기를 딛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허브로 도약했다. 하지만 영풍은 환경·경영 리스크를 자초했고, MBK는 홈플러스 사태에 이어 롯데카드 해킹 사고까지 직면하며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이 7조6,582억원으로 전년동기 5조4,335억원보다 40.9%(2조2,246억원) 늘어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연결기준 2,589억원, 별도기준 2,665억원을 달성하면서 102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안티모니, 인듐 등 전략광물과 금·은 등 귀금속 판매 호조가 뒷받침되면서 전년동기 대비 고려아연 실적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선제적으로 생산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유가금속 회수율 향상을 위한 기술 투자를 단행한 경영진 판단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8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상징적 성과다. 울산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공장 신설 계획도 발표하며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영풍은 봉화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로 잇따른 제재를 겪었다. 석포제련소는 폐수 무단 배출 등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올 2월부터 4월까지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봉화군이 부과한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예정된 기한인 올해 6월 30일까지 이행하지 않자 환경부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허가조건 위반으로 판단해 조업정지 10일 처분 방침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는 올 7월 영풍의 환경오염 책임을 인정하면서 환경부 장관에게 석포제련소에 대한 토양정밀조사 이행 권고를 의결했다. 경북 봉화군수에게는 토양오염 정화조치 미이행에 대해 관계법령상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낙동강 유역 피해주민 13명은 영풍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영풍은 환경 리스크 뿐 아니라 생산 품목이 아연에 편중된 점, 전자부품 계열사의 사업성과 부진 등이 겹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71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3,217억원) 줄었다. 영업손실은 1,50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3.5배가량 확대됐다.

MBK는 피인수기업을 둘러싼 잡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5년에 MBK가 인수한 뒤 10년 지난 올 3월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홈플러스 매각 추진 논란과 15개 점포 폐점 방침 발표로 MBK는 노동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 왔다. 2019년에 인수한 롯데카드 역시 지난달 발생한 해킹(사이버 침해) 사고가 뒤늦게 알려지며 관리부실 논란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MBK를 상대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노동계와 시민사회 또한 사모펀드 규제 강화와 MBK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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