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지속될수록 비만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단순히 더운 날씨가 불쾌하다는 수준을 넘어 신체활동을 억제하고 식습관까지 변화시키면서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4일 의학계에 따르면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자국 내 8개 주의 기온 변화와 비만율의 상관관계를 장기 추적해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 결과 더운 지역에 거주할수록 비만 유병률이 눈에 띄게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일 최고 기온이 30℃를 초과하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의 비만 위험이 평균 0.2%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온이 오를수록 사람들은 야외활동을 기피하고 실내에서 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며 "이러한 생활 방식이 장기화될 경우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위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신진대사도 둔해지고, 에너지 소모량이 줄면서 체중이 불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고온으로 인한 갈증으로 시원한 음료를 자주 찾게 되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당분이 많은 청량음료나 아이스크림 등의 섭취가 많아지면서 칼로리 섭취가 과잉되기 쉽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에 민감한 고령층과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날씨 변화에 따른 생리적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두 달간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1973년 관측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이면 폭염으로 규정하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되면 야외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지장을 준다. 낮 동안의 외출을 피하고 밤에는 잠을 설치는 패턴이 반복되면 결국 체중은 서서히 증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비만을 유발하는 간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체중 증가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대사질환의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폭염 시기에도 꾸준한 실내 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수면 습관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Economics & Human Bi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