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가곡은 라틴 문화 특유의 강렬함과 여백의 미가 공존합니다. 정열과 고독, 그리고 일상적인 인간적 감정을 담고 있어 기존 가곡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프리마돈나 박혜상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5일 내한 공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세계 정상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으로 활약 중인 그가 한국 관객 앞에 서는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마포아트센터가 M클래식 축제의 일환으로 마련한 박혜상 리사이틀 무대는 흔히 들을 수 없는 그라나도스, 아브릴, 오브라도스 등 스페인 작곡가들의 가곡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1988년생인 박혜상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 줄리아드 음대 석사 과정과 전문 연주자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마쳤다. 2020년 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에서 2017년 ‘루살카’의 요정 역으로 데뷔한 뒤 ‘피가로의 결혼’ ‘헨젤과 그레텔’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조수미 이후 한국 프리마돈나의 계보를 잇는 성악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리사이틀은 박혜상의 또 다른 예술적 면모를 보여주는 무대다. 스페인 가곡을 주 레퍼토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스페인 예술 가곡은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정서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장르로 그 안에 담긴 서정성과 색채가 무척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가곡의 서정성과는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이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는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의 아리아와 슈트라우스의 가곡도 함께 선보인다. 다양한 성격의 곡을 배치해 “사람의 감정이 흘러가는 여정”으로 구성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랑, 상실, 그리고 다시 삶을 받아들이는 순환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언어와 선율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감정의 떨림으로 드러나는, 낯설지만 따뜻한 세계를 경험하길 바랍니다.”
이번 무대에는 멕시코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성악 코치인 안드레스 사레가 반주자로 함께한다. 스페인과 라틴 레퍼토리에 정통한 그의 섬세한 피아노와 박혜상의 풍부한 해석이 어우러져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무대를 예고한다.
박혜상은 현재 해외 주요 무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소프라노다. 지난해 말 메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미나를, 올해 9월에는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역을 맡아 찬사를 받았다. 그는 “학생 시절부터 메트 오페라 영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극장에 들어설 때마다 집에 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하다”며 “응원해주는 많은 음악 코치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이제는 친구처럼 느껴지는 관객들이 있어 항상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또 “뉴욕 오페라 무대에서의 경험은 ‘나의 목소리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해줬다”며 “앞으로의 예술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쁜 해외 일정 속에서도 한국 무대에 서는 그는 관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관객은 표현 너머의 진심을 느끼는 감각이 탁월하죠. 이번 무대는 제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낸 한 편의 시입니다. 짧지만 진심을 담은 노래 한 곡, 한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박혜상은 이번 공연 이후 모차르트와 푸치니의 오페라 작품, 현대 작곡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성악가들에게 영감을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