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엔씨, 4개 자회사 물적분할…스튜디오 체제로 활로 찾는다

2024-10-21

실적 악화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에 나선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회사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꾼다. 창사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단일 법인 기조 대신 물적 분할을 통해 주요 신작 게임 지식재산권(IP) 기반 자회사를 여러개 만드는 스튜디오 체제로 변경한다. 1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감축도 동반한다.

무슨 일이야

엔씨는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물적 분할을 통해 4개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엔씨는 이날 회사분할 결정공시를 통해 “TL(쓰론 앤 리버티), LLL, TACTAN(택탄), AI서비스연구 사업부문을 각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엔씨는 내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할 방침이다. 각 신설 회사는 내년 2월 1일 설립을 목표로 한다.

이게 왜 중요해

2022년만 해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던 엔씨소프트의 성장곡선은 지난해 급격히 꺾였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4% 급감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2분기 영업이익(88억원)도 지난해 동기 대비 75%나 감소할 정도로 위기가 현실화했다. 리니지M 등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흥행에 힘 입어 급성장했지만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BM)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 및 반발, 리니지 시리즈 외 흥행 신작의 부재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선임된 박병무 공동대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했고, 4월 비개발·지원 부서 직원 중심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품질보증(QA) 및 시스템통합(SI) 부문은 지난 2일 각각 엔씨큐에이·엔씨아이디에스라는 이름으로 분할했다. 이번 대규모 물적 분할은 이 같은 작업의 연장선상이자, 본업인 게임 분야에서도 강도높은 체질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바꾸나

①단일법인→스튜디오 체제= 그간 엔씨는 일부 합병 자회사가 있긴 했지만, 본사 중심 통합 체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게임산업 환경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이번에 물적분할로 스튜디오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각각의 신작 IP를 중심으로 스튜디오를 꾸리고 이들은 독립적으로 사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대작 TL은 지난 1일 글로벌 론칭 후 최대 동시접속자 32만6000명을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다중접속(MMO) 슈팅 게임 LLL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택탄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기대작이다. 회사 관계자는 “각 스튜디오는 가칭 X(TL)·Y(LLL)·Z(택탄)로 새롭게 출범한다”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통해 글로벌 IP로 성장해 나가고, 해당 장르의 개발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②안 되는 IP는 정리= 기존 게임 중 사업성 떨어지는 IP는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간다.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호연, 배틀크러쉬 등 흥행 실적이 저조했던 비(非) 리니지 IP들은 분사 대상에서 제외돼 본사에 남는다. 엔씨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회사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한다”고 밝혔다.

③인력 재조정= 이런 체제 변동 과정에서 인력 감축 작업도 병행한다. 엔씨는 이날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회사 내부에 공유한 편지를 통해 “(이번 개편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될 인력 감축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되는 분들께는 적극적인 지원과 보상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과금 문제 등으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고, 신작 흥행에 잇달아 실패했던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편지에서 “엔씨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엔씨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오랜 기간 걸쳐 숙고하고 또 숙고했다”며 “엔씨가 본연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가진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재도약 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분할되는 신설 자회사의 성과가 좋을 경우, 자회사 직원들의 보상 체계가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리니지 개발팀에도 자극이 될 수 있는 등 긍정적 효과가 더욱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연해진 조직 구조로 인해 비용 절감 노력이 더해지면 엔씨소프트의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이 동반해서 나타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엔씨 주가는 전날보다 3.83% 오른 20만5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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