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깊은 절망과 슬픔에 빠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싸 들고 달려간 안유성 명장을 보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떠올린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소설 속에서 제빵사는 아이를 잃은 부모를 위해 따뜻한 롤빵을 구워준다.
『1995년 서울, 삼풍』(2016)에도 유사한 증언이 나온다. 자원봉사자 신영주씨와 이명주씨는 삼풍백화점 사고가 나자마자 식당 문을 닫고 큰 솥에 몇 날 며칠 국을 끓여 현장으로 보낸 어머니를 회상한다.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도 주저 없이 나선다. 지난 4일에 열린 추모 시민대회의 공동주최 목록은 참사의 기억으로 빼곡하다. 삼풍백화점 참사와 씨랜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겪은 많은 참사의 피해자연대와 유가족협의회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자신들이 겪은 참사의 기억을 안고 또 다른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시민대회를 연 사람들이다.
제주항공 참사 소식에 충격을 받고 멍하니 뉴스를 지켜보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슬픔과 충격은 유가족과 고인의 주변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두고, 사회의 구성원은 그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어야 한다. 애도를 표하고,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를 보존해야 한다. 기억이라는 롤빵을 굽는 일이야말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보낸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