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국내 최초 선보인 김월식…“안산 이주노동자 삶 담아낸 전시”

2024-10-20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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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그들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문제들을 예술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광주시 ‘무늬만 뮤지엄’ 관장이자 조각가인 김월식 작가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에 초청돼 드로잉, 설치, 영상 작품 등을 선보였다.

6개월간 전 세계 관람객에게 찬사를 받은 한국관 전시는 ‘2086: 우리는 어떻게?’를 주제로 펼쳐졌다.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86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탐구하는 전시였다.

김 작가는 ‘기후 위기’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이동·이주’를 소주제로 택해 안산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김 작가는 “안산 원곡동에 있는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작품활동을 했을 때, 이주노동자들의 다양한 차별 문제를 경험했다”며 “외국인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서열화, 통합화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들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이 ‘햇빛 지도’를 그려 따뜻한 곳으로 다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베니스비엔날레가 막을 내린 뒤 국내에선 작가들의 귀국보고전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전시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경기도미술관은 ‘그리는 곳이 집이다’ 특별전을 개최해 김 작가의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을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전시에선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 출품된 김 작가의 작품 1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대표작 ‘비닐하우스는 가방이 아니다’는 비닐하우스에 집을 넣은 모형을 캐리어 안에 담아냈다. 지난 2020년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영하 20도에 달하는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사망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캐리어로 표현해 여전히 농촌의 이주노동자 중 일부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현실을 표현했다.

특히 네팔 청년이 한국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원곡동 거리의 햇빛 지도를 만든 것을 차용한 ‘원곡동 햇빛 지도’, 네팔의 한국어 학원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한 작품 ‘한국어 배우기’ 등을 볼 수 있다.

또 기후 위기가 도래할 2086년에 마주하게 되는 10개의 ‘뜬소문’과 연결되는 6점의 ‘샤먼’ 시리즈 등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참여를 통해 ‘집에서 누리는 정서적 가치’, ‘공동체의 역할’ 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공동체, 미술관이 함께 성장하는 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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