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비상 상황에 농업계에도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지원’ 예산 미반영이라는 빨간불이 켜졌다.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혼란 속에 야당의 감액안만 반영한 ‘2025년 예산안’이 10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얼었던 땅이 풀리고 비료 수요가 본격화하기 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농업계와 국회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산 확보가 시급한 배경에 급등한 환율이 있다. 연일 고공행진하는 환율이 비료값 등 농업 경영비 폭탄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거세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웃돌았다. 설상가상 최근 계엄 사태의 파장으로 13일 환율은 1430원대까지 오르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환율 움직임이 심각해 (비료값 인상 파동이 있던) 2021∼2022년 정도로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 흐름을 고려하면 기존에 국회가 포함하려던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예산 255억원이 400억원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은 2022년 비료값은 전년 대비 132.7% 상승했다.
황성혁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는 “비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은 농가 경영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영비는 오르고 농산물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농가 수익성이 더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경영비 부담이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유가 상승,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등 농업 경영비가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비료값 부담이 커지면 농민이 시비량을 줄이고 이는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밥상물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무기질비료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13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료값(인상)은 농민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지만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비료업체에 융자 지원을 하거나 (사료 원자재 수입 품목 등에) 할당관세를 더 확대하는 식으로 원가를 낮추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농자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토대로 예산을 확보하고 사후에 정산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는 2022년 제2차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비료가격안정사업’을 펼친 바 있다. 지원 제도가 본격 도입되기 전 비료를 산 농민에게는 소급해 지원했다.
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