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자조금’ 논의 20년만에 출범 가시화

2025-05-06

지지부진했던 쌀 자조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쌀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경영이 악화한 미곡종합처리장(RPC)업계를 중심으로 자조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자조금단체 설립이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이르면 6월 중 출범이 예상돼 쌀산업계 변화가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RPC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쌀 자조금 조성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 자조금 도입 논의는 세계무역기구(WTO) 2차 쌀 관세화 유예가 이뤄진 2005년 무렵 본격화했다. 홍보 등을 통해 수입 쌀과 국산 쌀의 차별화를 추진하자는 목적에서 쌀 생산자단체 등이 요구한 자조금 도입은 이후 이해 당사자간 이견 등을 이유로 공전을 거듭했다.

2009년 정부 주도로 품목별 대표조직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며 2010년에 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쌀 대표조직이 설립돼 자조금 설치가 가시권에 들기도 했으나 마찬가지로 운용에 대한 이견 탓에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논의는 쌀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의무자조금이 아닌 RPC 중심의 임의자조금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다수의 RPC가 쌀 소비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해 설립 기준이 낮은 임의자조금을 우선 조성해 소비 확대 등에 적극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농수산자조금법)’은 자조금단체가 임의자조금을 설치하려면 해당 품목의 농수산업자 중 1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양곡도정업 신고업체는 모두 2445곳으로, 이 중 ‘농수산자조금법’상 농수산업자에 해당하는 업체는 603곳이다. 농수산업자에는 영농조합법인과 지역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이 포함되는 만큼 61곳 이상의 RPC가 동의할 경우 임의자조금을 설치할 수 있다.

임의자조금이 조성될 경우 재원규모는 28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RPC 거출금 140억원과 정부 매칭 지원금 14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이같은 자조금 예산이 반영되려면 6월 중에는 자조금단체 설립이 이뤄져야 해 업계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농협RPC와 전국RPC연합회·한국RPC협회 등 민간 RPC들도 자조금 설치에 동의해 일정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쌀 자조금이 설치될 경우 국산 쌀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소비 촉진 홍보 등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농식품부의 쌀 소비 촉진 홍보 관련 예산은 26억원 수준이다. 문병완 농협RPC전국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현재 RPC들이 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비 촉진 홍보 등이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우선 RPC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임의자조금 조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용류 한국RPC협회 전무도 “쌀 유통을 담당하는 RPC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 결국 농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구책을 마련하는 상황”이라며 “자조금을 통해 쌀 소비기반을 확대하면 결국 쌀산업 전체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생산자단체도 자조금 설립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운용 과정에서 쌀 생산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자까지 포괄하는 자조금을 만들기에는 대상자가 너무 광범위해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자조금 운용 등에 관해 생산자들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