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만으론 부족"···HBF 부상에 한미반도체 재조명

2025-12-17

고대역폭플래시(HBF)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한미반도체 등 장비 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HBF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수직 적층 구조를 바탕으로 높은 성능을 내는 특징을 지닌 만큼 TC(열압착) 본더와 같은 패키징 장비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은 HBF 중심의 시장 변화에 주목하며 대응태세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HBF는 낸드플래시 기반 메모리의 데이터 송수신 대역폭을 기존 저장장치 대비 크게 높이려는 차세대 기술 개념이다.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HBM과 마찬가지로 낸드플래시를 높이 쌓는 구조를 띤다.

개발 측면서 가장 앞선 쪽은 SK하이닉스다. 샌디스크와 함께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1월께 알파 버전을 내놓고, 2027년 샘플이 완성되면 거래 기업에 보내 성능 평가를 진행한다는 청사진을 수립했다.

HBF가 각광받는 배경은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겨가는 한편, 개인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이 과정에선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지연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 시장의 주류인 HBM으로는 이를 완벽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특성상 전력 소모와 발열 부담이 뒤따르는 한계를 안고 있어서다. 반면 HBF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이면서도 여러 층의 칩을 동시에 활용해 대역폭을 크게 끌어올리는 성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배경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과거의 대화·행동·맥락을 기억해 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용희 그로스리서치 연구원은 지난달 펴낸 HBF 관련 보고서에서 "GPT-4처럼 1조8000억개의 피라미터를 가진 모델의 추론엔 최대 약 3.6TB의 초대형 메모리가 필요하다"면서 "최신 GPU에 탑재되는 HBM3E의 용량은 약 192GB에 불과해 하나의 추론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6~7개의 GPU를 묶어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GPU간 데이터 통신 오버헤드가 크게 발생하고, 병목현상은 더 심해지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AI 추론 시대에는 HBM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큰 용량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HBF 시대가 도래하면 한미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장비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를 고도로 집적해 쌓는 공정 특성상 TC 본더 등 정밀하고 안정적인 패키징 장비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TC본더는 열과 압력을 동시에 가해 미세 범프를 접합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데, 대면적·고적층 구조에서도 수율과 신뢰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미세 결함을 최소화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받는다. 공정 성숙도가 높아 초기 양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율·비용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HBM 패키징 공정에서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게 강점으로 지목된다. 이미 주요 반도체 기업과 거래 중이라 차세대 공정 전환 국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HBF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고적층 공정이 핵심인 만큼 패키징 장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TC 본더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업의 장비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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