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46〉통신 성지 광화문 차지한 KT WEST

2025-11-30

올해 9월 '전기통신 발상지 기념탑'이 우뚝 서 있는 광화문 세종로공원 건너편에 'KT WEST' 빌딩이 5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모습을 드러냈다. 1980년대 말 아시안게임·올림픽 개최에 즈음해 옛 서울중앙전신국 부지에 국제통신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본사 사옥으로 출범했다. 주변은 기와 밥집 골목이 미로 같이 얽혀 있었다. 조선 시대 서민들이, 권력의 발원지 경복궁에서 시작하는 육조거리 위의 말 탄 고관대작을 피해 다녔다는 '피맛(避馬)골'이 기원이다. 10년 전 주변 재정비 사업으로 파리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렌조 피아노의 도안에 따라, 뒤편의 'KT EAST'와 쌍으로 건립 예정이었나 고도제한에 묶여 좌절된 바 있다.

이곳은 전국적인 통신망 구축 사업을 통해 국가 인프라의 근간을 마련한 KT의 심장부이자, 정보기술(IT) 강국을 견인한 초고속인터넷의 출발점이며 IPTV로 미디어·통신 융합 시대의 개막을 알린 곳이다. 옛 체신부와 정보통신부 등 IT 정부 부처가 교환기·CDMA 기술의 자립 기반을 계획하고 정보화 청사진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2000년대 말 정통부·방송위 직원들이 복도에 대기하며 어색한 사람 융합으로 시작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곳이다. 회의 휴식 시간에 복도 끝 휴게공간에서 자판기 커피를 빼 마시고 옥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우며 '진짜 이야기'가 오갔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위원회가 거쳐 간, 지금은 특검이 자리 잡은 것은 건물 일부가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KT WEST 회의실은 자동 조명·센서 기반의 예약·입장·화상 기능을 갖춘 지능형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사원 자리는 자율좌석제로 전환돼 사내 인공지능전환(AX)의 진전을 실감할 수 있다. 피트니스센터, 사내 클리닉, 어린이집과 같은 복지 공간의 확대도 눈에 띈다. 통유리에 경복궁·청와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개방 환경도 선사한다. AICT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는 상징적 변화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네트워크가 KT의 주요 수익원이자 AI를 작동케 하는 근간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품질 안정을 위한 부단한 노력은 핵심 자원의 관리·유지를 위해 필수다. 우리네 식당 밥맛이 일본만 못한 것은 벼 양산과 밥공기 규격화라는 과거 보릿고개 시절에 갇혀 식사의 반인 쌀·물이 기본이라는 것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아역 배우 '미달이·빵꾸똥꾸'가 오랜 방황 끝에 귀소(歸巢)한 경험도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한다.

바라건대, 민영화 이후 최상의 투명한 지배구조로 평가받아 온 KT의 CEO 선임 과정에 정치적인 개입이 없기를 바란다. 외부 노이즈는 국가 인프라 관리와 이윤 추구의 회사 목표를 섬세히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사령탑 구성에 방해만 될 뿐이다.

통신 성지인 광화문은 전신에서 네트워크로 그리고 이제는 AI로의 전환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통신 수단과 패러다임은 변모해왔지만, 소통과 정보 매개라는 본원적 기능은 그대로이다. 부디 KT의 AICT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이 동서 빌딩의 컬래버로 원활히 진행돼 광화문에 또 다른 통신의 역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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