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관광공해에 파괴되는 공동체 ‘오버투어리즘의 역습’
① 내몰리는 주민들 “재주는 마을이 부리고 돈은 누가 가져가나?”
② 간절곶을 둘러싼 쓰레기 “저게 입에 들어가면 미세 플라스틱”
③ 예산 쏟아부어 만든 옹기마을 “평가 지표에 주민불편 지수는?”
④ 국내·외 가리지 않는 관광공해 “이 정도면 공해 올림픽 개최!”
⑤ ‘어떻게’를 생각해야 할 때 “관광이 우리 마을 살릴 수 있나?”

[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관광공해 또는 과잉관광을 표현하는 일반적 용어다.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해 혼잡해지거나 과밀화되어 지역주민과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오버투어리즘을 ‘관광이 목적지 또는 그 일부에 미치는 영향으로 주민들의 삶에 관한 질 또는 방문객 경험에 관한 질에 부정적인 방식으로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관광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는데 주로 쓰인다. 궁극적으로 ‘방문객으로 인한 주민 반발이 방문객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은 3월 1일부터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지며 극성스러운 관광공해에 대응하고 있다. 통행금지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1982년에 사라진 조치다. 역사적 기억으로 남아있던 통행금지가 43년 만에 부활했다. 이를 어기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마을 주민들은 끊임없이 관광차가 들어오고 길바닥이 점령되는 시간을 ‘전쟁통’에 비유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광고 매체 배경으로, 불특정 다수의 환상 속에 소모되던 이 마을은 결국 일정 시간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선택했다.
기자가 찾은 부산 감천문화마을 주민 A씨도 이 소식을 접하자 “우리 마을에도 통행금지 조치가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실제 부산 사하구는 이르면 9월경에 감천문화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 ‘감천문화마을 관광 활성화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른 조치다. 입장료 징수나 특정 시간 외 방문 금지 조처 등이 검토되는 중이다. 사하구는 2월 10일 ‘감천문화마을 특별관리지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 연구용역’ 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앞서 1월 31일 ‘사하구 관광진흥 조례’ 일부개정 입법예고를 하면서 근거를 마련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10년 사이 주민 500명이 떠났다. 생활형 한옥마을로 각광받았지만 돈벌이에 눈먼 이들의 개발 앞에서 정체성을 잃고 평범한 유흥지로 쇠락했다. 관광공해와 더불어 부동산 임대료가 치솟으니 주민들도 견딜 재간이 없었다. 임대 사업을 하는 건물주 역시 이를 깨달았으나 이미 늦은 상태다.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스페인 이비사섬 주민들은 관광객 출입을 막기 위해 바위로 길을 막았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에 의한 규제를 넘어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출국세 명목으로 징수하는 ‘국제 관광 여객세’를 지금보다 3배에서 최대 5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세금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된다. 현재 출국세는 1인당 1000엔(약 9600원)이다. 검토 과정에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출국세를 3000엔(약 2만8800원) 또는 5000엔(약 4만8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해서 이집트는 약 3750엔, 호주는 약 7000엔의 출국세를 부과한다. 일본 정부와 여당(자민당)은 세제조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 이번 변경 내용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관광세로 여겨지는 ‘출국 납부 부담금’을 인하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4년 7월부터 관광객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부담금을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3000원 인하하고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출국 납부 부담금은 관광수지 적자 해소 등을 목적으로 걷기 시작한 세금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 주요 재원이다. 1997년부터 내국인 대상으로 부과했고 2004년부터 출국하는 외국인도 포함했다. 오버투어리즘에 있어 전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며 후진성을 보인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2024년 4월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처음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숙박시설에서 1박 이상 머무르지 않는 관광객은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000원)를 내야 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 하와이도 2024년 2월 관광객 한 명당 3만30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일본 오사카도 관광세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만난 주민 B씨는 “나도 국내·외 사례를 찾아봤는데 출국부담금이나 입장료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이 정도면 (관광)공해 올림픽을 통해 금·은·동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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