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한복판, 수많은 택시와 버스, 쉴 새 없이 오가는 보행자 사이를 가르며 조용히 달리는 전기차 한 대가 있다. 단순한 시험 주행차가 아니다. 승객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고 요금을 결제하는 국내 유일의 정식 로보택시다.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SWM.AI다.
SWM.AI가 세운 기록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선다. 누적 투자액 약 3500만달러(약 460억원)라는 비교적 작은 자본으로, 세계적으로 상용화 장벽이 높은 '도심 호출형 유상 서비스' 단계에 도달했다. 비교하자면, 미국의 웨이모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2018년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유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의 바이두·포니.ai·위라이드 역시 각각 수억~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상용화에 도달했다. SWM.AI는 이들 대비 100분의 1 수준의 자본으로 같은 단계에 올라섰다.
더 주목할 점은 '출발선'의 차이다.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상용화 초기 교외나 신도시, 비교적 단순한 교통 환경에서 시작해 점차 복잡한 도심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SWM.AI는 첫 무대를 서울 강남으로 잡았다. 강남은 교통 밀집도, 복잡한 교차로, 불규칙한 주행 패턴, 잦은 불법주정차, 높은 보행자 밀도 등 자율주행 기술의 '종합시험장'이라 불린다. 이런 환경에서 첫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것은 기술 안정성과 운영 역량을 동시에 입증한 셈이다.
특히 지난 10개월 동안 약 5000건의 유상 운행을 수행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 운행 실적이 아니라 기술적 안전성·운영 관리 능력·승객 신뢰도를 모두 입증한 성과다.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이 같은 무사고 기록은 세계 로보택시 업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SWM.AI의 접근 방식은 효율적이면서도 전략적이다. 차량 플랫폼은 KG모빌리티 코란도EV라는 양산 전기차를 활용하고, 여기에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컴퓨팅(AP-500)과 관제 시스템(FMS)을 결합했다. 고가 전용차나 특수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아 초기 투자와 운영비를 낮췄다. 동시에 도심 환경에서 필요한 고성능 센서·컴퓨팅 기술을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구현, '자본 효율성'과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현재 SWM.AI 로보택시는 안전요원 동승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실주행 데이터와 관제 효율화를 기반으로 완전무인(Level 4)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에서 나오는 호출-배차-결제-운행-피드백 전 과정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며, 이는 향후 투자 유치나 정책 설득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SWM.AI의 전략은 더욱 뚜렷해진다. 웨이모, 바이두, 포니.ai, 위라이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도시·다국가 확장을 병행해 성장했다. 반면 SWM.AI는 '한 도시 집중' 전략을 채택, 복잡도 최고 수준의 환경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완성도 높게 다듬고 있다. 이는 초기 확장 속도에서는 느릴 수 있지만, 자본 대비 성취도와 안정성 면에서 압도적 효율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인공지능(AI) 업계 구도와도 닮았다. 거대 자본·인프라를 가진 오픈AI와 달리, 딥씨크는 소수 인력과 적은 GPU 자원으로도 고성능 모델을 구현해 주목받았다. SWM.AI 역시 소자본·집중 전략으로 글로벌 빅리그와 같은 기술·서비스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김기혁 SWM.AI 대표는 “강남 로보택시 상용화는 단순한 지역 서비스가 아니다”며 “적은 자본으로도 고난도 환경에서 세계 수준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