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절반이 월수입 25만원 안 돼"…연극인 위해 뭉친 두 거장

2025-04-23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이어가는 젊은 연극인을 위해 두 거장이 뭉쳤다. 배우 신구(89)와 박근형(85)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을 펼친다. 수익금 전액은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는 ‘연극내일기금’에 기부된다.

2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배우는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 공연 계획을 밝혔다. 기부 공연은 다음 달 13일 오후 7시 국립극장 달오륵극장에서 진행된다. 두 배우는 이 날 출연료 없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종료 후에는 청년 관객들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기다린다. 그룹 샤이니 멤버이자 배우 최민호가 모더레이터(진행자)를 맡는다.

앞서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던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 2023년 말 개막 이후 102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되는 역사를 썼다. 신구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라며 “정말 고마웠다.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이러한 기회가 와서 선뜻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형도 “저희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관객으로부터 환영을 받을까 궁금했는데 많은 호응을 받아 감개무량했다”며 “환경이 열악한 연극계를 위해 작은 힘이지만 무언가 시작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두 배우는 청년 연극인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신구는 “우리 연극계는 제가 젊었을 때와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을 만큼 열악하기 짝이 없다”라며 “특히 젊은 청년들이 연극을 시작하고 작업하면서 너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근형은 “실체가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우리 삶과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이 너무 비슷해 공감도가 높다고 느껴진다”며 “청년에게 무언가 희망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K팝, K드라마 등의 모체는 바로 연극”이라며 “청년들이 마음과 눈을 열고 우리 연극계를 위해 활발하게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도 두 배우의 뜻에 공감하며 기부 공연 및 기금 조성에 뜻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현재 국내 연극배우의 50%가 순수하게 연극을 통해 번 월 수입이 25만원이 안 되는 현실”이라며 “두 배우가 연극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후배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해 기부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조성되는 연극내일기금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기존 지원 체계에서 소외된 청년 배우를 위해 맞춤형 훈련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보급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이다. 실체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신구와 박근형은 각각 방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연기한다.

다음 달 9일부터 25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추는 마지막 ‘고도를 기다리며’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 여정은 지속된다. 박근형은 “앞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더 나은 작품으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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