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전주 통합에 멍드는 전주동물원’…동물복지 명성 ‘퇴색’

2025-02-19

한때 전국 최고의 동물복지를 지향하던 전주동물원이 때아닌 완주·전주통합론에 휩싸이면서 각종 시설물은 녹슬고, 시민들이 이용해야 할 매점 및 식당은 무너진 데다, 코끼리 사육장은 낮은 온도로 남방 코끼리들이 추위에 떨어야 하는 등 총체적인 관리 소홀의 부실을 겪고 있다.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완주·전주통합에 전주동물원 완주군 이전 계획이 포함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실제 전주시의 동물원에 대한 예산 투자가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서울대공원에서 입식한 아시아코끼리(남방코끼리) 3마리가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실내 온도 때문에 추위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열대기후에 서식하면서 높은 온도와 함께 지내야 하는 아시아코끼리의 건강관리 등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아직 실현도 되지 않은 완주·전주통합론에 무책임하게 편승시키면서 전국 최고의 동물복지를 자랑하던 전주동물원이 사장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 같은 민원을 접한 본보는 19일 오전 10시께 전주동물원을 돌아봤다. 가장 먼저 최근 3마리가 입식된 아시아코끼리 사육장을 둘러보았다. 아직 외부 땅고르기와 울타리 보수가 끝마쳐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맞은편 구 코끼리 사육장도 아이들 키 높이까지 올라오는 외부 펜스가 녹슬고 휘어진 데다, 안전 안내문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문제는 코끼리들의 실내 사육장이었다. 이곳 온도는 16도로 맞춰져 있었지만, 실제 기온은 7~10도 안팎에 불과했다. 애당초 무더운 동남아시아에서 온 아시아코끼리들에겐 설정 온도 16도조차 최소한의 유지 기온인 탓에 동물복지가 미흡하게 느껴졌다. 이마저도 최근 영하권 날씨엔 실내 사육장 온도 역시 5~6도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복지의 헛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시민 편익을 위한 각종 시설물 관리 상태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내달 부로 봄철 나들이를 나설 시민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엿보였다. 기린지 인근 가로등이 모두 부식돼 있었고, 정자의 지붕이 깨져 있었다. 동물원 내 식당은 폐점 상태였고, 유리문 너머는 천장 누수가, 바닥에는 컵라면 쓰레기 등이 뒹굴고 있었다. 식당가 야외 테이블의 기둥 상단엔 전선이 어지럽게 꽂혀 있고 플러그가 빠져나와 있어 감전 사고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에 “전주동물원은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 완주군으로의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최소 10여년 가량 소용되기에 시설물 유지·보수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정부의 예산 삭감 방침에 따라, 인건비와 동물 관리비를 제외한 예산은 전년도 대비 30% 정도 줄어들었다”고 시설물 관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사육장 기온 여건은 이번 겨울철 열풍기 2대를 추가 구비하고, 돌아오는 겨울철 난방시설 보강에 나설 계획이다”며 “사육장 내·외부 울타리는 벚꽃이 만개하기 전 3월 초순까지 보수하겠다. 식당은 새로운 임대인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동물복지 및 시민 불편과 관련된 여러 사항은 선 파악 후 전반적인 보수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답변했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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