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승세가 좀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주도주들이 등장하며 점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주요 해외국 주식 시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공약 등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불안으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이탈 중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법인세 인하 같은 친(親)시장적인 행보로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관련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며 투자자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최근 미국 증시 상황을 되짚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투자 블랙홀 된 美…中·日·印 유출 자금 모두 흡수
그야말로 ‘블랙홀’입니다. 모든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22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북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1조 1473억 원입니다. 최근 한 달 사이 2조 330억 원 증가한 수치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해외 주요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나란히 감소했습니다. 20일 기준 중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조 8767억 원으로 지난 한 달 사이 2261억 원 줄었습니다. 미국과 패권 경쟁에서 밀리며 경제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은 올해 여러 차례 경기 부양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실정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올해 들어서만 1조 6694억 원 감소했습니다.
올해 미국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던 인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최근 한 달 새 인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868억 원 감소했습니다. 인도는 최근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올 2분기(지난 7월~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경제 성장률을 내놓으며 투자자 불안을 가중시켰기 때문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반사이익을 누린 베트남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올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베트남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란 불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투자자들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한 달 새 184억 원 감소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 분류되는 유럽과 일본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과 유럽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각각 86억 원, 426억 원씩 감소했습니다.
‘미국 예외주의’ 계속…S&P500 7000포인트 간다
펀드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건 그만큼 수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각각 25.05%, 32.55% 상승했습니다. 올해 9.95%, 22.88% 하락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한참 웃도는 성과입니다. 같은 기간 인도 니프티(8.49%), 일본 닛케이(16.26%), 중국 상해 종합지수(13.70%) 등 주요국 증시 수익률과도 비교가 안 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호황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GDP 증가율 확정치가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2.8%)를 상회하는 3.1%로 집계되는 등 경제 지표가 연달아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내년 감세 연장과 관세 부과, 이민 제한과 불법 이민자 축출, 친환경 정책 축소 또는 폐기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하며 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하락에 따른 기업 수익 개선과 설비투자 저변 확대, 인수·합병(M&A) 활성화 등도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년 미국 주요 주가 지수가 현재보다 10%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S&P500 지수가 내년 말 6500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S&P500 지수가 현재(5930.85포인트)보다 1000포인트 넘게 오른 70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양자컴퓨팅 ETF부터 동일 가중 펀드까지…"내년에도 투자는 美"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잇달아 내놓으며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국내 최초로 양자컴퓨팅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에 투자하는 ‘KOSEF 미국양자컴퓨팅'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KOSEF 미국양자컴퓨팅 ETF는 지난달 말 기초지수 기준으로 아이온큐(24.7%), 마벨테크놀로지(8.2%), 허니웰인터내셔널(7.0%), 엔비디아(6.7%), IBM(6.7%) 등 양자컴퓨팅 가치사슬(밸류체인)에 속한 기업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인데요. 해당 상품은 상장 당일 5분만에 초기 상장물량 75만주가 소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인공지능(AI) 산업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와 미국 30년 국채에 동시에 투자하는 ‘TIGER 엔비디아미국채커버드콜밸런스(합성)’ ETF를 내놓았는데요. 포트폴리오의 30%를 엔비디아 주식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70%를 미국 30년 국채로 해당 상품은 일반 커버드콜 ETF와 달리 주식 대신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커버드콜(기초자산 매수와 함께 콜 옵션을 매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 ETF가 기초 자산 수익률을 100%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동일 가중 펀드를 출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7일 ‘한국투자미국S&P500동일가중모레드림’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동일 가중 방식으로 S&P500 지수에 투자해 투자 위험을 산업재, 금융, 헬스케어, 정보기술(IT) 등 전반으로 분산한 것이 특징인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금리가 인하되면 미국 거대 기업(빅 테크)보다는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컸던 중소형 기업이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죠. 올해 주가가 많이 오른 미국 빅 테크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출시 배경 중 하나입니다. 한투운용은 해당 상품에 대해 “금리 인하기를 고려하면서도 차기 트럼프 정권의 수혜 업종으로 예상되는 산업재, 에너지, 유틸리티 업종에도 함께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상품에서 미국 기업 주식 비중을 높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자율주행 관련 기업 전반에 투자하는 ‘ACE 글로벌자율주행액티브(前 ACE 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 ETF에서 미국 기업 편입 비중을 기존 59.2%에서 80.5%로 늘리는 리밸런싱(재조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중국 기업 편입 비중은 40.8%에서 15.8%로 절반 넘게 줄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