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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AIP자산운용의 미국 휴스턴 ‘벡텔타워’가 기한이익상실(EOD)에 처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 벡텔에너지가 본사를 이전하며 대규모 공실이 발생,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다. 빌딩 가치는 인수가 대비 반토막났다. AIP는 대주인 JP모건과 빌딩 용도 변경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논의 중이다.
9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IP자산운용이 2014년 투자한 미국 휴스턴의 이른바 ‘벡텔타워(3000 Post Oak Building)’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에서 지난해 11월 EOD가 발생했다. EOD 발생 사유는 공실률 급증에 따른 이자 미지급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펀드 투자 잔액은 10억 원으로 집계됐다. 벡텔타워 인수가가 약 2300억 원(1억 6000만 달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투자원금 전액을 잃게 된 것이다.
AIP가 백텔타워를 인수한 건 2014년이다. 해외부동산 특화 운용사로 AIP가 업계에서 이름을 알려나가던 시기다. AIP는 ‘AIP US RED 4, 4-1&5’ 펀드를 통해 벡텔타워의 우선주와 보통주 지분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1억 달러는 대출로 충당했다. JP모건이 현재 대주다.
벡텔타워는 미국 휴스턴 상업 중심지인 갤러리아 지역에 위치한 19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벡텔타워는 벡텔에너지의 본사가 40년 동안 입주해 있어 우량 매물로 꼽혔다. 벡텔에너지는 미국 최대 EPC(설계·조달·시공) 업체인 벡텔그룹의 에너지 부문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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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긴 건 2022년이다. 벡텔에너지가 벡텔타워로부터 13㎞ 떨어진 웨스트체이스 지역의 시티웨스트플레이스 빌딩 3으로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다. 2년 후인 지난해 11월 벡텔에너지는 본사 이전을 마쳤고, 벡텔타워는 공실이 됐다. 벡텔타워 가치는 수직 낙하했다. 지난해 기준 벡텔타워의 가치는 7260만 달러로 인수가(1억 6000만 달러)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건물을 매각해도 지분 투자 원금을 건지기는 커녕, 대출(1억 달러) 조차 못 갚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대출 만기는 오는 3월1일이다. JP모건 측은 EOD 발생으로 인한 담보권 발동을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선 EOD를 유예한 상태에서 양사는 벡텔타워의 용도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JP모건의 벡텔타워에 대한 담보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장 매각한다고 해도 대출 원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EOD가 발생한 상황에서 AIP가 운영토록 한 뒤, 용도 변경 등을 통해 빌딩 가치를 높일 복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 입지 측면에서 벡텔타워의 가치 회복 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다. 벡텔타워는 명품 백화점이 위치한 갤러리아 몰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갤러리아 몰은 텍사스주에서 가장 크고 미국 내에서도 7번째로 큰 쇼핑센터다. 이곳에는 휴스턴 최고가 아파트와 호텔 등이 밀집해 있다. 컨벤션 센터와 디스커버 공원 등도 위치해 있어 업무 수요 및 관광 수요도 꾸준하다. 업계 관계자는 “벡텔타워를 호텔이나 콘도, 아파트로 용도 변경해 빌딩 가치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며 “JP모건 측에서도 당장 건물을 매각하기보다는 가치를 회복할 때까지 방법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